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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만화카페는 초등학생 유해 업소 아니야"
"변화된 사회 인식 반영해야…온라인 접근도 가능"
2021-01-10 09:00:00 2021-01-10 0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만화카페는 초등학생의 학습과 교육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업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영업 금지 시설에서 제외해 달라는 신청을 불허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A사가 서울특별시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 행위 및 시설 제외 신청에 대한 금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A사는 지난 2017년 10월부터 서울의 한 지역에서 만화카페를 운영했다.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은 민원 제보를 받고 2018년 3월30일 조사를 진행해 이 만화카페가 직선거리로 B초등학교의 경계로부터 103m, 출입문으로부터 147m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B초등학교 상대보호구역 내에서 할 수 없는 행위와 시설에 해당한다"면서 해당 만화카페의 즉시 이전, 폐업, 업종 전환 등을 지도했다.
 
이후 A사는 2019년 9월20일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해당 만화카페를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 행위 및 시설에서 제외해 달라는 신청을 했지만, "학습과 교육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불허됐다.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영업이 B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과 교육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오히려 그러한 정도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에 따라 상대보호구역 내에 있는 만화카페의 영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청소년보호법은 제2조 제5호에서 청소년 유해업소를 정의하고, 이를 다시 청소년의 출입과 고용이 모두 금지되는 업소와 청소년의 출입은 가능하나 고용만 금지되는 업소로 구분한다"며 "만화대여업은 그 중 청소년고용금지업소에 해당할 뿐이어서 청소년의 출입이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화나 만화대여업이 그 자체로 유해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폭력성, 선정성이 수반되는 일부 만화가 유해할 뿐이고, 이는 해당 유해물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고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별도 규율하면 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2020년 11월6일 국회에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설치가 제한되는 시설의 범위에서 만화대여업소를 제외함으로써 변화된 사회 인식 등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규제를 개선'하려는 이유로 교육환경법 제9조 제28호(만화대여업) 부분을 전부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며 "개정안에 따르면 만화대여업은 상대보호구역뿐만 아니라 절대보호구역에서도 자유로운 영업이 가능하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이 사건 처분을 위한 심의 과정에도 반영되는 것이 옳다"면서 "종래 책의 형태로만 만화를 접하던 것과 달리 현재에는 온라인 웹툰의 형태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어 "이 만화카페가 있는 건물 지하층에는 노래연습장, 1층~2층에는 주점과 음식점, 3층에는 음식점, 5층에는 당구장이 입점해 있는데, 건물의 이용 현황에 비춰 볼 때 4층에 만화대여업이 추가된다는 사정만으로 B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과 교육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이 미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특히 노래연습장은 이 사건 만화대여업과 마찬가지로 교육환경법에서 정하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서 금지되는 행위 및 시설에 해당하는데, 피고는 이를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A사가 서울특별시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 행위 및 시설 제외 신청에 대한 금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행정법원 청사. 사진/서울행정법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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