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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나이팅게일’ 호주 핏빛 역사 속 여인의 복수
개인의 복수로 조명한 호주 폭력의 시대
2020-12-29 00:00:00 2020-12-29 00: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나이팅게일이라 하면 영국의 간호사이자 병원, 의료 제도의 개혁자의 이름, 혹은 문학 작품이나 신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밤꾀꼬리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 나이팅게일은 의료 구호를 위해 힘쓴 백의의 천사를 다룬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인해 나이팅게일이라 불린 한 여자가 원한을 품으면서 집념의 추격을 벌이는 이야기다.
 
19세기 영국의 폭력으로 얼룩진 식민지 시대 호주 태즈메이니아 마을에 사는 아일랜드 죄수 클레어(아이슬링 프란쵸시 분)는 아름다운 목소리 덕분에 나이팅게일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신화 속 나이팅게일처럼 클레어 역시 발이 묶인 존재다. 형기를 마쳤지만 추천장이 없어서 낮에는 모진 노동을 견뎌내야 했다. 밤이면 자신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중위 호킨스(샘 클라플린 분)에게 인권마저 짓밟힌다. 분노한 클레어의 남편은 호킨스에게 항의를 한다. 이로 인해 분노한 호킨스는 부대원을 이끌고 집에 클레어의 남편과 아이의 목숨을 빼앗아간 뒤 태연하게 진급을 위해 북부 론스톤으로 떠난다. 클레어는 호소에도 죄수라는 이유로 호킨스를 처벌하지 못하자 복수를 다짐한다. 그리고는 원주민 빌리(베이컬리 거넴바르 분)와 함께 길을 떠난다.
 
나이팅게일은 클레어만의 한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개인의 아픔을 통해서 당시 호주의 잔혹한 역사를 함께 보여준다. 마을 밖으로 나온 클레어는 목이 매달려 나무에 걸려 있는 원주민 시체를 보게 된다. 더구나 세 명의 농부는 우연히 마주한 빌리가 원주민 어로 자신이 데리고 있는 원주민 노예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된다. 원주민 노예의 감정이 격해지자 아무렇지 않게 원주민을 쏜 농부는 클레어에게 빌리을 대신 죽여주겠다고 제안을 한다. 북부로 떠난 호킨스는 길에서 만난 원주민 여자를 겁탈하는 것도 모자라 여자를 찾으러 온 다른 원주민 앞에서 죽여버린다. 클레어가 여정 중 만나는 이들은 군인 혹은 죄수가 전부다. 유일하게 클레어와 빌리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이들은 마차를 타고 등장한 노부부가 전부다. 그들에게 마차의 자리를 내주고 함께 식사를 해준다.
 
영화는 초반부 클레어가 겪는 고통과 복수를 위한 추격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통행증이 없으면 마음대로 다닐 수 없던 시대에 인종, 성별, 국적을 뛰어 넘어 흥인 원주민과 백인 아일랜드 여성의 우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서 인간성에 대한 물음을, 어떻게 해야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또한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복수가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 보니 흔히 여성 복수극을 다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시리즈, 박훈정 감독의 마녀등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오히려 그 시대를 살아간 한 여인의 한을 통해 시대적인 고통을 조명하는 그런 영화다. 30일 개봉.  
 
나이팅게일 스틸. 사진/조이앤시네마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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