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등 금융사 배당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법적 강제가 아닌 자율준수 방식이 유력하다.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배당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 국가재난시 합리적 배당금을 산정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조성하는데 방점을 뒀다.
2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당국과 금융권은 합리적인 배당금 산정 절차·기준 마련을 논의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누적된 금융 부실 압력이 종식 이후 터져나올 가능성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향후 배당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투명화 한다는 복안이다.
그간 당국은 금융사의 배당 제한을 두고 고심이 많았다. 배당은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하는 사적 영역이지만, 코로나 사태처럼 국가재난에 직면했을 때 자칫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현행법상 금융사 배당을 자제하는 방안은 이미 마련돼있다. BIS 자기자본비율이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부실 소지가 있는 금융기관에 내리는 당국의 경영개선 조치(적기시정조치)가 진행될 때 제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금융사 건전성 부실이 가시화 됐을 때 가동되는 조치라는 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긴 어렵다.
당국은 해외사례를 검토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 금융사는 법적으로 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 분기마다 배당하는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고려한 법적 조치다. 또 당국은 영국과 EU처럼 '도덕적 설득(moral suasion)'으로 배당 자제를 구두 권고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다만 이는 감독당국의 권위가 높아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영이 안서는 국내 당국의 권고는 오히려 당국·금융사간의 갈등으로 번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에 당국은 배당 가이드라인을 일방적으로 제한·권고하기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배당금을 산정할 수 있도록 금융권과 '공통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이제 막 논의하는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윤곽은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에서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만한 가이드라인 위주로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배당 제한 조건을 코로나 사태 등 금융 건전성에 명백한 위험이 발생할 때로 한정하는 방식이다. 또 미국처럼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근거로 배당의 적정성을 결정하되, 법적으로 구속하지 않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당국 관계자는 "금융 건전성에 큰 위험이 예상될 때 배당금을 투명하게 산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사의 배당성향을 15~25% 수준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유럽은 배당성향을 15%로 제한했고, 영국도 25% 수준"이라며 "우리도 비슷한 선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성수(왼쪽) 금융위원장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