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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영화계 결산)‘봉준호’ 그리고 ‘여성’ 그리고 ‘코로나19’
2020-12-24 13:00:00 2020-12-24 13: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20년은 영화계에 천당과 지옥이었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드라마틱한 한 해였다. ‘봉준호란 이름 석자가 만들어 낸 K-무비 신드롬은 기생충으로 최정점에 올랐다. 전 세계 영화 역사상 두 번째 타이틀로 기록된 칸 국제영화제-아카데미 동시 작품상 수상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였다. 또 다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영화 시장이 올스톱됐다. 국내 영화계는 물론 할리우드조차 올해 개봉 스케줄을 잡았던 대작 영화들의 개봉이 줄줄이 연기됐다. 국내 영화계는 사상 최악의 지표를 손에 쥐게 됐다. 2021년은 분명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낼 것이란 기대감이 그래서 영화의 순수 결정체인 드라마를 다시 한 번 기대하게 만든다.
 
사진/뉴시스
봉준호! 패러사이트!(기생충)
 
지난 2 10.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영화계는 미국 로스엔젤레스 돌비극장을 주목했다. 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 제인 폰다가 무대에 올랐다. 그의 손에는 올해 아카데미 최고 영화에게 수여되는 작품상 수상작이 적힌 봉투가 들려 있었다. 후보작 중 어떤 영화가 수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쟁쟁한 걸작들이 몰려 있었다. 놀랍게도 제인 폰다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패러사이트였다. 봉준호 감독이 아시아영화인으로서는 최초, 전 세계 영화 역사를 통틀어 1955년 미국 감독 델 버트만 이후 두 번째로 한 해에 칸 국제영화제-아카데미 작품상 동시 석권이란 타이틀을 손에 쥐게 된 순간이었다.
 
이날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은 작품상 외에도 수상이 가장 유력했던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감독상과 각본상까지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아시아 감독이 아카데미 92년 역사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것도 봉준호 감독이 최초다. 감독상도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이 브로크 백 마운틴’(2005)라이프 오브 파이’(2012)로 두 차례 수상했지만 모두 할리우드 자본의 미국 영화로 수상했다. ‘기생충처럼 자국영화로 아카데미에서 주요 부문 수상을 한 아시아 감독은 봉준호가 최초다.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린 골든글로브에서도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미국 내 양대 메이저 영화상 수상으로 북미 지역을 넘어 전 세계에 봉 하이브란 글로벌 팬덤 현상까지 일어났다. 봉준호 감독은 이후 타임지가 선정한 ‘2020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가운데 아티스트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오롯이 2020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여성파워!!!
 
상업 영화 시장에서 젠더 불균형의 본질은 의외로 고질적이다. 연출자 혹은 배우 그리고 이야기 모든 것에 해당된다. 하지만 올해 만큼은 이 고질병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여성 감독들의 강세였다. 상업 영화 그리고 독립 영화 모두에서 나타났다.
 
상업 영화 디바의 조슬예 감독, ‘침입자손원평 감독, ‘소리도 없이홍의정 감독, ‘내가 죽던 날박지완 감독 모두 탁월한 연출력과 자기 색깔을 드러내며 호평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고 해도 걸출한 여성 감독을 발굴했단 점에서 이들의 작품 세계와 연출력은 충분히 칭찬 받아 마땅한 결과물로 이어졌다.
 
독립 영화 시장에서 여성 감독의 강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올해 최고의 독립영화로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남매의 여름밤윤단비 감독, 그리고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감독, ‘69임선애 감독은 상업 영화 시장이 탐낼 만한 세밀하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동력을 만들어 내고 또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에 대한 작가적 색채도 확고함을 선보였다.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 영화의 강세도 눈에 띄었다. 상반기에는 배우 라미란 주연의 정직한 후보 153, 하반기에는 고아성 이솜 박혜수 주연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156만을 끌어 모았다. ‘코로나19’ 이전이라면 쉽지 않은 결과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남성 중심 서사가 돋보이는 블록버스터급 대작 영화들의 개봉 연기와 제작 및 투자가 보류되면서 그 틈새를 노린 여성 영화들이 숨은 잠재력과 재미를 증명 받은 셈이다.
 
 
극장? OTT?
 
올해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국내 확산은 영화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 실내 그리고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올해 개봉 예정이던 여러 기대작과 화제작들이 개봉을 모두 연기했다. 결국 영화관에 관객이 사라지면서 개봉을 준비하고 제작을 준비하며 제작 중이던 영화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실상 영화계 전체가 올스톱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지난 4월 초에는 영화관 전체 일일 관객 수가 1만 수준으로 폭락했다. 2004년 통합전산망 집계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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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멀티플렉스 3사는 직영점 영업 중단이란 초강수로 맞불 작전을 펼치며 생존자구책을 펼쳤다. 이미 P&A(홍보비)비용을 모두 사용한 개봉 예정이던 영화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개봉 연기를 결정했다. 후반작업에 몰두하던 개봉 예정 영화들도 작업 연장으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 등으로 고충을 겪었다. 해외 로케이션 예정이던 제작 영화들은 촬영 스케줄 전면 수정과 보류에 따른 막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영진위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0년 한국영화산업 가결산에 따르면 12월 매출액 추정치는 전년 대비 무려 1 4037억원 감소한 5103억원으로 추정됐다. 영화산업 주요 부문인 영화관, 디지털 온라인 시장, 해외 매출 합산 올해 추산액 역시 약 9132억 원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이처럼 막대한 피해를 온 몸으로 떠 안은 국내 영화계가 눈을 돌린 곳은 새로운 플랫폼 ‘OTT’였다.
 
개봉 연기를 거듭하던 몇몇 신작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라는 새로운 살길을 찾아 나섰다.
 
지난 3 OTT 공개를 선언한 뒤 잡음을 일으킨 사냥의 시간그리고 최근 과 내년 공개 예정인 차인표모두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다. 이들 세 편의 OTT공개는 예정된 진행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충격은 무려 24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국내 최초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 승리호 OTT 공개 결정이었다. 연말 개봉이 예정이었지만 올스톱에 가까운 국내 영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OTT’ 공개였다. 결과적으로 12월은 극장가 최대 성수기이면서도 수도권 중심의 코로나19’ 3차 확산이 거세지면서 신작 개봉까지 대거 이탈해 지난 4월 시장 상황보다 더 악화된 현실을 만들어 냈다. 영화와 극장 모두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또한 아쉬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외에 국내에서 열리는 여러 영화제가 온라인을 병행한 개최로 코로나19’ 시대를 대처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가 사상 첫 온 오프라인 병행의 언택트시대를 선언하며 무사히 마침표를 찍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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