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대출 잇단 축소 속내는?
바젤Ⅲ 대출비 맞추려 꼼수…그간 기업대출 소홀히한 탓…보여주기식 대응 지적도
2020-12-23 15:11:33 2020-12-23 15:47:31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잇달아 가계 신용대출을 대폭 축소하고 나선 배경으로 바젤Ⅲ 도입이 꼽히고 있다. 바젤Ⅲ 최종안 선제 도입 시 은행들은 가계대출 대비 기업대출 취급 비중을 늘릴 것을 약속했지만, 최근까지 신용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약속 이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그간 은행들의 총량관리 여력에 비춰볼 때 갑작스러운 신용대출 축소는 당국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4일부터 모바일 신용대출 대표 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한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고소득자에 대한 신규대출을 연말까지 2000만원 이하로 제한했으며,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비대면에 이어 영업점에서도 신용대출 접수를 일시 중단한다. 우리은행은 1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이들 은행은 공통적으로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날 다른 은행들이 축소 결정을 발표하면서 대출 쏠림을 우려한 점이 있다"고 했다.
 
은행들의 유례없는 대출 중단 결정을 두고 복수의 업권 관계자는 바젤Ⅲ 적용에 따른 약속을 이행을 배경으로 꼽는다. 바젤Ⅲ가 적용되면 은행 자본 여력이 늘어나 대출과 같은 기업 자금 지원 규모를 늘릴 수 있다. 국민·신한·우리·농협은행은 지난 3분기부터 규제를 적용받아 코로나19로 집행된 대출이 많았음에도 추가 여력을 확보했다. 하나은행은 내년 1분기 도입을 앞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건전성 유연화 규제로 기업대출 확대를 바란 만큼 국민·신한·우리은행은 분기당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증가비를 43대 57로 맞추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안다"면서 "당국에서 이행조건을 지켜주길 바라는 의지가 크기에 은행들도 이에 맞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신용대출 규제와는 궤가 조금은 달라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1일 기준 133조8234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30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달에는 4조8495억원 늘었다. 그러나 10~11월까지 국민·신한은행이 취급한 전체 대출 중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76%, 70% 수준이다. 이 기간 우리은행은 가계대출이 약 60%를 차지했다. 정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이달 들어 급한 조정이 불가피했다.
 
업권 일각에선 6~7영업일에 불과한 짧은 중단 기간을 두고 정부에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은행들이 계획성 없는 대출 총량관리에 나서지 않는 만큼 급진적인 정책은 필요하지 않다는 시각에서다. 더구나 지난달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일부 은행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은행이 구멍가게가 아닌데 비율 조절이 안 됐다는 이유로 급작스럽게 대출을 중단할 리는 없다"면서 "가계대출 억제하는 정부 분위기에 맞추면서 바젤Ⅲ 관련 이행조건 달성을 바라는 당국에게 노력하고 있다는 시그널(신호)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귀뜸했다.
 
일부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응하기 위해 연말까지 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최소화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렸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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