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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대신 의원 열수 있다면 건물 임대차 해제 못해"
2020-12-22 14:12:22 2020-12-22 14:12:2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한방병원을 열 목적으로 임차한 건물이 뒤에 확정된 건축요건에 안 맞더라도 한방의원급으로 사용 가능하고, 임대차 계약시 임대인이 건축요건을 알수 없었다면 임차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한의사 A씨가 건물주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대차계약 당시 목적물 전부를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개설해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총면적 1224㎡ 중 바닥면적 1000㎡ 미만의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해 사용할 수 있었다"면서 "목적물 전부에 대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만 개설 허가를 받아 사용한다는 의사 합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의료인이 아닌 피고는 계약체결 당시 원고가 건물을 '병원'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의료법상 의원급 의료기관과 병원급 의료기관 중 구체적으로 어떤 의료기관을 뜻하는 것인지에 관하여는 제대로 알지 못했고, 이는 임차인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고 여겼을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한방병원을 개설·운영한 경험이 있는 원고로서는 법적·행정적 규제나 제한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계약 체결 전 피고로부터 건축도면과 실측도 등을 받아봤으면서도 상당한 기간 동안 피고에게 건물 전부에 대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개설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묻거나 상의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임대차계약이 '원시적 불능'이라고 할 수 없는데, 이를 원고와 피고의 계약이 원시적 불능인 경우라고 보고 원고에게 계약상 과실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지 않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5년 3월 B씨의 건물을 빌려 한방병원을 열 계획으로 B씨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의료법상 한방병원이 해당하는 병원급 의료기관 개설을 위해서는 대지경계선과 건축물까지 2m 이상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건축기준을 계약 후에야 알게 됐다. A씨는 애초부터 목적을 이룰 수 없는 계약을 맺었다면서 B씨를 상대로 계약 해제 및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계약 체결시 B씨가 한방병원과 의원의 건축기준을 알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A씨가 계약 전 미리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면서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B씨에게 '계약을 해제하고 보장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B씨가 상고했다. 
 
눈 덮인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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