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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한은-금융위 마찰에 가려진 '전금법 혁신’
2020-12-17 06:00:00 2020-12-17 06:00:00
최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가 협력 아닌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달 말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다.
 
개정된 전금법에서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토스와 같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핀테크(금융기술) 플랫폼들도 계좌를 발급하고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빅테크의 경우 청산기관을 통한 외부 청산을 의무화한다. 빅테크가 이용자 충전금 등을 내부 자금화하는 것을 막고 자금 세탁 위험도 예방하려는 조처다.
 
전자지급거래 청산은 거래에서 발생하는 채권·채무를 차감해 결제 금액을 확정한 뒤 결제를 지시하는 업무를 말한다. 전자지급거래 청산기관에 대한 허가·감독 권한은 금융위가 갖는다. 이 부분이 한은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대목이다. 이후 절충안으로 금융위가 한은과 연계된 금융결제원 업무에는 감독·검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부칙을 명시했지만, 각 기관의 수장까지 전면에 나서면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은은 부칙에 대해 "금융위에 지급결제청산업 관할권을 부여하고, 금융결제원 감시 업무만 한은에 위임하겠다는 것"이라며 "금융위는 여전히 금융결제원 업무허가 취소, 시정명령, 기관 및 임직원 징계 등 강력한 감독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한은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한은 권한이 빅테크에 대한 업무영역으로 커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갈등의 핵심은 현재 소액결제 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을 한은과 금융위 중 어느 기관의 영향력 하에 두느냐는 ‘권한 다툼’이다.
 
두 기관의 논쟁에서 벗어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스마트폰 출시보다 오래된 전금법은 2006년 제정돼, 지금까지 10여 차례의 단편적인 개정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대규모 개정이 시도된 적은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클릭 한 번에 송금할 수 있는 현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법이었다. ‘핀테크’와 ‘빅테크’ 업체들이 기존의 은행을 대체할 수준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더 크고 안정적인 금융 혁신을 위해 법 개정은 꼭 필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 돼 대출 폭증, 기업 건전성 위태 등 금융 곳곳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본질을 흐리는 논쟁이 지속되는 건 또 다른 위기다. 코로나로 불가피하게 진행되지 못하거나 멈춰있는 것들이 많지만, 혁신만큼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임기 말을 향해가는 현 정부의 금융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 잠자고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이정윤 정경부 기자(j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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