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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됐습니다”…변협회장 후보 방문 꺼리는 변호사들
코로나19속 우려 크지만 제한규정 없어…선관위 "후보자 양심에 맡겨야"
2020-12-14 06:00:00 2020-12-14 0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변호사 수장을 뽑는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출마자들이 ‘비대면 유세’ 고민에 빠졌다. 일부 유권자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무실에 ‘방문 자제’ 안내문을 붙였지만, 후보들은 경쟁자의 현장 유세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13일 법조계에서 이번 선거는 다양한 후보와 전자투표 도입으로 기존 55% 수준에 머물던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후보는 이종린·조현욱·황용환·이종엽·박종흔(기호순) 변호사로 총 5명이다. 현직 이찬희 회장이 단독 후보로 나섰던 50대 선거에 비해 규모가 커졌다.
 
반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민감해진 회원들은 방문 유세를 거부하고 있다. 일부 법무법인 입구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선거운동 관련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는 후보들의 사무실 방문을 걱정하는 변호사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12일 신규 확진자가 950명을 기록하면서 이같은 방문 유세 거부 사례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가급적 사무실 직접 방문은 자제하고, 법원이나 변호사 입주 건물 입구 등에서 선거 운동 하는 편이 좋아보인다"며 "변협 차원에서 후보자들의 공약 등을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도록 여러 채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투표 전날인 1월 24일까지 내달려야 하는 후보들은 남은 40여일이 걱정이다. A 후보자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몇몇 대형 로펌들이 협회 선거 관련 방문을 막고 있다"며 "이미 일부 로펌에서 확진자가 나온 사례가 있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A 후보는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방문 홍보를 시작할 계획이다.
 
B 후보자 캠프 관계자도 "청년 변호사의 바람을 담은 2~3분 분량 유튜브 영상 등을 준비할 것"이라며 온라인 선거운동 강화 방침을 밝혔다.
 
개별 사무소를 방문중인 C 후보자는 마스크와 면장갑 등을 착용하고 있다. C 후보 측 관계자는 "변협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면 유세) 금지를 발표하면 이를 따르면 된다"며 "권고만 하면 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 후보도 "일부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변호사 한 명만 대동했다"며 "앞으로도 단독으로 가거나 1~2명만 함께 유세 할 생각이다. 마스크 착용하고 가급적 신체 접촉을 삼가려 한다"고 답했다.
 
당초 후보들이 10일 기호 추첨 직후 유세 방식을 논의하려 했지만 특정 후보가 먼저 자리를 떠 '신사협정'을 맺지 못했다는 것이 캠프 관계자들 전언이다. E 후보 측 관계자는 "일부 후보자는 이미 지방에서 선거 운동을 시작했는데, 완전 비대면 선거를 하는 경우 공정 여부가 우려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불안한 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변협 선관위는 후보자의 양심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이백수 변협 선관위원장은 "사무실 개별 방문을 금지하는 선거 규정이 없다"며 "예전 같은 개별 방문은 후보들이 다 훌륭하신 분이니 알아서 자제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변협 선거 규정을 바꾸려면 회원들이 한데 모이는 총회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변협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 정책 토론회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달 17일 변협 회관에서 후보들이 5분짜리 정견 발표 영상을 촬영한다. 해당 영상은 28일 변협 누리집에 게시된다. 지역별로 열리는 합동연설회도 몇몇 행사가 이미 취소됐거나 취소를 검토중이다.
 
11일 서울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에 '선거 운동 관련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여있다. 사진/독자 제공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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