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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책임 회피', 이사 등재율 5년째 하락…공익법인 악용 가능성↑
공정위, 2020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발표
총수일가 이사등재율 13.3%…전년비 1.0%↓
총수 본인 등재율 3.9%…5년 내 최저
사외이사 원안 가결률 99.51% 달해
2020-12-09 12:00:00 2020-12-09 12:55:22
[뉴스토마토 정성욱 기자] 재벌그룹 총수 일가가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행태가 갈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한 비율은 3%대로 하락하는 등 5년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집단 이사회의 원안 가결률도 100%에 육박하는 등 이른바 '거수기' 행태가 여전했다.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유지·확대를 위한 공익법인의 악용가능성도 큰 만큼, 조속한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0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이 5년째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연속 분석대상에 포함된 총수있는 21개 집단을 보면,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기업은 전체의 13.3%였다. 이는 2016년 17.8%를 기록한 이후 2017년 17.3%, 2018년 15.8%, 2019년 14.3%에 이어 최저치다.
 
총수 일가 이사 등재 비율을 집단별로 보면 지난 5월 1일 기준 삼천리(0.0%), DB(0.0%), 미래에셋(0.0%), 한화 (1.2%), LG(1.4%), 삼성(1.7%), 네이버(2.3%) 순으로 낮았다. 반면 부영(82.6%), KCC(73.3%), 셀트리온(66.7%), SM(60.4%), OCI(55.6%), 하이트진로(52.9%), 금호석유화학(50.0%) 순으로는 높았다.
 
최근 5년간 연속 분석대상 이사 등재회사 비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3.9%로 5년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도별로는 2016년 5.2%, 2017년 5.1%, 2018년 5.4%, 2019년 4.7%에 이어 3%대로 하락했다.
 
2년 연속 분석대상인 총수 있는 49개 집단에서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기업은 전체 1835개사 중 16.0%(293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7.8%에서 1.8% 감소한 수치다.
 
총수가 있는 51개 분석 대상 집단 중 39.2%(20개)는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았다. 이 중 10개 집단은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도 없었다. 삼성, 신세계, CJ, 미래에셋, 이랜드, DB, 네이버, 태광, 삼천리, 동국제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총수 일가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54.9%, 자산 2조 이상 주력회사 39.8%에서 집중적으로 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 회사 이사등재 비율은 22.2%로, 비규제대상 회사 비율(9.2%)이나 전체 회사 비율(16.4%)보다 높았다. 또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68개사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32개) 및 사각지대 회사(14개)가 차지하는 비중은 67.6%에 달했다.
 
공익법인 총수일가 이사등재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 경영권 세습 수단 등으로 비판받아온 공익법인의 경우 총수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64개사 중 이사 등재 비율이 62.5%(40개)로 나타났다. 총수 본인이 등재된 곳은 32.8%(21개), 총수 2·3세가 등재된 곳은 6.3%(4개)였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비중은 상당하나 수입 기여도는 미미해 총수일가가 공익법인 이사로 있으면서 편법적 지배력 유지·확대에 사용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외이사의 높은 안건 가결률도 여전했다. 58개 기업집단의 안건 6271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0.49%(31건)에 불과했다. 99.51%가 원안대로 가결된 셈이다. 특히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은 1건을 제외한 모든 안전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세종=정성욱 기자 sajikok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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