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올해 은행의 신규채용이 작년보다 800명이나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채용이 얼어붙은 데다 디지털 전환 움직임이 맞물린 영향이다. 수익성 악화로 은행들이 영업 규모를 줄이고 있어 채용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6대 은행이 올해 채용했거나 계획 중인 신입 행원 규모는 1942명으로 지난해 2734명 대비 792명(28.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은행이 지난 9일부터 하반기 공채를 시작하면서 올해 은행권 채용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농협은행이 올 상반기 280명, 하반기 150명 등 은행들 가운데 가장 많은 430명의 신규직원 채용을 결정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 당기순이익인 1조5171억원을 달성했고, 코로나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1월부터 공채를 진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채용 규모는 지난해 550명보다는 120명 줄였다.
누적 당기순이익이 13.2% 감소한 기업은행은 1월 취임한 윤종원 은행장 의지에 따라 올해 412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27명 적다. 신한은행은 채용 규모를 350명을 잡아 지난해보다 105명 줄였고, 국민은행은 300명, 우리은행은 200명을 계획해 각각 200명, 390명 덜 뽑는다.
하나은행만 지난해보다 50명 늘어난 250명을 전체 채용 인원으로 정했다. 다른 국내은행들의 실적이 모두 하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채용계획 발표 시점인 올 상반기 기준 전년대비 3.6% 증가한 1조7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영향으로 보인다.
채용 규모 축소는 코로나 여파가 컸다. 지난 3월부터는 확산세가 커지면서 채용 일정을 미루거나, 상반기에도 공채를 실시했던 신한·우리은행 등은 수시채용만을 진행하기도 했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은행이 필요로하는 행원 형태가 바뀐 영향도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 채용부터 일반행원 1차 면접 대상자에게 디지털 교육과정인 탑싯(TOPCIT)의 의무 이수와 당사 주력 금융 앱의 분석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계획을 잡을 때 디지털 관련 부서에서의 충원 요구가 많이 반영되는 상황"이라면서 "상반기 진행한 수시채용에는 이런 성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채용규모 축소에도 "공적 역할을 위해 고용에 최선을 다한 것"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갖고 있다. 지점 폐쇄를 이어가는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채용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6월 말 기준 5199곳으로 지난해 말(5295곳)과 비교해 올 상반기에만 96곳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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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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