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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세 부담 늘어도…“매물 투척 없다”
나올 매물은 이미 나왔다는 평가…“연일 규제 방향 옳으냐” 비판도
2020-11-04 14:52:36 2020-11-04 14:52:36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정부가 공시가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한다고 공식 발표한 다음날인 4일, 부동산 시장 현장에서는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는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미 전부터 공시가율이 오르는 추세였고, 다주택자 대상의 세금 부담도 강화하는 기조였기 때문에 세금 쇼크가 크지 않은 분위기다. 세금 증가에 지친 개인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이미 많이 털어낸 탓에 더 이상 내놓을 집이 적다는 반응도 나온다.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권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공시가율 인상 발표 이후 다주택자 매물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한 중개사는 “공시가율 인상은 이미 전부터 꾸준히 얘기가 있었고, 다들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일대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거라고 걱정은 하지만 매물을 내놓겠다는 반응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초구도 마찬가지다.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를 옥죄는 규제는 전부터 이어져왔던 추세”라며 단기적인 매물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양도세를 올리는 탓에 매물을 내놓기 부담스러워 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라며 “정책 불확실성이 큰데다 정권이 바뀔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어 당장 팔기보다는 집값이 오르길 기다리며 시세차익을 더 높이려는 다주택자도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더 이상 나올 매물이 많지 않은데 세부담만 늘린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 명, 두 명 정도 매물을 내놓으려는 문의는 있으나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며 “더 이상 나올 매물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재건축단지는 사업 진행이 안되고 있어 두 채 이상 갖고 있던 이들은 매물을 이미 많이 털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중개사는 “매물을 정리할 시간이 꽤 길었고 그 기간에 다주택자는 많이들 팔았다”라며 “현장 목소리는 들어보지도 않고 세금만 증가하는 게 맞는 정책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재고주택의 매물을 늘리기 위해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늘리며 ‘집을 파시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지만 시장은 정부 기대와 반대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양도세라도 낮춰야 매물이 나오지 않겠냐며 정부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세수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불신의 목소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지막까지 버티던 다주택자들과 양도세 부담이 커진 법인을 중심으로 내년 6월 전에 매물이 일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집값이 하락할 여지는 적다고 보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대출 이자가 저렴하고, 전월세 시장 가격 상승으로 차라리 매수를 하겠다며 기다리는 수요가 많아 물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세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매물이 나올 수 있으나, 수요가 탄탄히 받쳐주는 게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라며 “정리 매물이 나와도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라고 분석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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