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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에 빠져 산지 5년…묵은 때 씻어내는 것과 같아”
옻칠 아티스트 이은경
11월4~10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밈 ‘검은 바다에서 거북이 날다’ 전
2020-11-04 06:00:00 2020-11-04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옻은 맹독인 우루시올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독이 오르면 가려워서 피가 나도록 긁게 되고 톡톡 쏘는 고통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힘들고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옻칠을 왜 하는가. 아마도 힘들게 얻는 기쁨 때문일 것이다. 온 몸과 온 정신을 다 바쳐야 얻는 아름다움.”
 
그는 나전 작업에 필수 단계인 옻칠의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지난 5년 간의 옻칠 작업은 몸 안에 켜켜이 쌓인 묵은 때를 씻어내는 일과도 같았다. 나전을 붙이고 옻칠하고 긁어내다 보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옻칠 아티스트 이은경. 114~10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밈에서는 그의 제4회 개인전 ‘검은 바다에서 거북이 날다(BLACK OCEAN)’가 열린다. ‘이은경 옻칠 작품집(BLACK OCEAN)’ 출판 기념회를 겸한 전시회로 행사 첫날엔 오프닝식이 예정돼 있다.
 
이은경(검은바다NO.5)-H450×W450mm-옻칠, 혼합재료-2020. 사진/갤러리 밈
 
추상적 표현의신화 탄생을 포함해 생명과 장수를 상징하는거북이 날다’, 우리 민족의 전통 민화를 재현한시간 여행’, 인간 심연의 고뇌와 생명의 근원을 표현한검은 바다연작물 등을 공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올해 ‘19회 원주시 한국 옻칠 공예 대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검은 바다 No.1'도 선보여진다.
 
연세대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이은경은 7년여를 서양화에 몰두하다, 우연히 옻칠화를 접하고 관련작업물을 창작하고 있다. 전통 옻칠 공예 기법을 토대로 한 옻칠 아트를 현대 미술로 발전시켜가고 있다. 작가는 옻칠은 전통 재료를 활용하지만 나전, 금속, 섬유 등의 작업에 활용될 수 있는 포용성을 지니고 있어 현대 미술에 적합한 재료라며 오묘한 빛깔 역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에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이은경(거북이날다NO.2),H700×W700mm-옻칠, 나전,혼합재료-2018. 사진/갤러리 밈
 
옻칠 아트가 전통 회화와 구별되는 지점은 그 독특한 질감으로만 표현 가능한 철학적 스토리다. 작가는 옻판을 만들려면 아교 녹인 물을 넣어 섞어야 하는데 그 농도가 짙으면 덩어리가 생긴다그 덩어리를 늘일 때 나라는 존재가 확장돼 다른 존재들에게 가 닿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작업 중엔 모든 상황을 받아들여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는 상태, 붓이 나를 이끌어가도록 온전히 내맡긴 상태를 느낀다그런 순간이야말로 내 자신이 진정 살아있다는 느낌, 창조하는 느낌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옻칠에 빠져 산 지 5. 불 같고 참을성 없던 나는 많이 느긋해졌다. 옻칠 작업에 나 자신을 맡기고 따르다 보니 성품이 순화된 것이다. 이제 옻칠 작업은 나에게 숨쉬기 가장 편한 일이다.”
 
이은경(숲의기억NO.8)-H900×W400mm-옻칠, 나전, 혼합재료-2018. 사진/갤러리 밈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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