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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 사옥 매각 러시…자본 리스크 대비
2023년 K-ICS 도입 대비…일회성 실적 개선에도 효과적
2020-10-26 14:20:06 2020-10-26 14:20:06
[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보험사들이 줄줄이 사옥 매각에 나섰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앞서 부동산 자산을 축소해 자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자산 처분은 당기순이익 상승 등 일회성 실적 개선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여수 사옥을 매각했다. 1990년 준공된 여수 사옥은 여수고객센터, 광무·동산지점 등으로 활용돼 왔다. 한화생명은 총 273여억원 규모인 분당, 부산 광복동 사옥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여수 사옥은 지난 주 경쟁입찰로 낙찰 됐다"며 "현재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번주 내에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해상도 지난 8월 강남 사옥을 한국토지신탁에 매각했다. 3600억원에 달하는 이 사옥은 지난 2001년 준공됐다. 지하 7층, 지상 19층, 연면적 3만4983㎡(1만582평) 규모다. 
 
신한생명은 올해부터 서울 중구 장교동에 있는 '신한L타워'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이다. 신한L타워는 신한생명이 지난 2014년 약 2200억원에 매입한 건물이다. 매각 가격은 약 2500억원으로 추산되며, 신한생명은 재임차 조건을 달아 매각 이후에도 당분간 사옥으로 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00억원 규모의 여의도 사옥을 베스타즈자산운용에 매각했으며, 삼성생명도 여의도 빌딩을 BNK자산운용에 약 2700억원에 넘긴 바 있다. 
 
보험사들이 잇달아 부동산 처분에 나서고 있는 것은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함께 도입 예정인 K-ICS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K-ICS는 자산·부채 가치를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해 더 많은 자본을 준비토록 하는 제도로 보험사 보유 부동산에 대한 리스크 평가 기준도 더욱 강화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부동산 자산 보유에 따른 준비금 적립 비율이 6~9%의 수준이다. 하지만 K-ICS가 도입될 경우 준비금 적립 비율은 25%로 증가하게 된다. 즉 1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기 위해선 6~9억원의 준비금이 필요했는데, 앞으로는 25억원을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부동산 매각은 실적 방어에도 효과적이다. 실제 보험사들은 악화일로인 업황 속 과거 고금리 채권매각을 통한 일회성 수익을 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자산 매각은 단기적 실적은 방어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론 수익성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지양해야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본다면 K-ICS 등 새로운 회계제도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보험사들이 부동산 재정비에 들어갔다고 볼 수도 있다"며 "다만 부동산 자산 규모가 크지 않아 새로운 회계제도 대비만을 위한 목적으로 직접적인 부동산 매각에 나섰다고 여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들이 사옥 매각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빌딩(63빌딩) 전경. 사진/한화생명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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