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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스미싱?…"당신 딸이 신천지, 상담하자"
거짓정보에 개인정보 유출까지…상담 권한 목사, 경위 "말하고 싶지 않다"
2020-10-15 17:22:44 2020-10-15 17:34:24
[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서울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대학생 A씨는 최근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신상과 가족 정보가 유출되면서 신천지 신도라는 거짓 정보에 모친이 사기를 당할 뻔한 피해경험 때문이다. 
 
지난달 11일 강원도에 거주하는 A씨의 모친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 담임목사의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담임목사는 자신에게 전송된 장문의 문자 내용을 보여줬다.
 
해당 문자는 자신을 예장합동 소속 한 교회 목사이자 이단 상담 관련 단체 OOO목사라고 밝힌 사람에게서 발송됐다. 내용은 교회 성도의 자녀인 A씨가 신천지에 들어갔으니 A씨의 가족과 연대해 신천지를 탈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면서 A씨의 이름과 나이, 거주지를 비롯해 교회 성도인 부모 각각의 이름, 나이, 거주지, 종교까지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적시했다. 또 신천지에 들어가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도 문자에 첨부됐다.
 
당황한 A씨 모친은 문자가 전송된 번호와 이름 등을 인터넷에 검색했고, 실제 기독교 내에서 신천지 퇴출 관련 협회 지역 소장을 맡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인물임을 확인했다. 이후 A씨 엄마는 해당 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 제보 과정 등을 물어보며 조언을 구하던 중 목사는 자신의 상담소 방문을 권했다. 그런데 통화 중 '다니는 교회 목사에게 알리지 말고 방문하라'는 말에 이상함을 느꼈고, 우선 딸과 직접 대화해 보자는 생각에 A씨를 불러 이야기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A씨는 크게 당황했고, 부모에게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임을 설명하며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에 불쾌했다. A씨는 "애초에 사실이 아닌 것을 설명하는 것도 힘들고, 부모님이 끝내 나를 믿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몹시 힘들었다"고 말했다.
 
A씨 부모가 다니는 교회 담임목사에게 전송된 첫 문자 내용과 A씨 엄마와 문자 발송인의 카카오톡 대화. 사진/제보자 제공
 
A씨가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도 해당 목사는 '속히 전화통화해야 합니다', '따님이 현재 상황을 감지하고 반응하고 있습니다'라며 A씨가 신천지임을 확신하는 내용의 카카오톡을 보냈다.
 
A씨는 구체적인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로로 서울의 한 대형교회를 의심하고 있다. A씨는 "문자에 포함된 거주지와 부모님 신상·교회명을 적거나 알린 건 최근 해당 교회에 다니기 시작할 때를 제외하곤 없다" "다른 서류나 일상에선 거주지와 다른 구의 등본상 주소지를 적어낸다"고 말했다.
 
A씨는 "개인·가족정보가 유출된 것도 모자라 신천지라는 허위 정보로 자칫 평화롭던 가정이 파탄날 뻔했다" "타지에서 혼자 거주하는데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경찰 신고도 고려했지만 이미 알려진 정보로 또 다른 피해가 생길까 두려워 포기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전화번호를 변경하고 거주지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해당 목사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상담과 관련한 내용은 말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 통화번호는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는 목사의 개인 연락처와 일치했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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