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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택배기사 ‘산재 제외’ 대필 의혹···산재 의무 가입 추진 불붙나
2020-10-15 17:01:23 2020-10-15 17:01:23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업재해 보험 가입 의무화에 나선 가운데 숨진 택배 노동자의 산재 제외 신청서가 대필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산재 제외 요건 폐지 및 의무화가 논의되어 온 만큼 이번 사건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업재해보험(산재보험) 가입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 수석은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회사가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를 반강제할 경우 거부하기 어렵다는 질문에 대해 “근원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육아나 질병 등의 사유가 아닌 한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보호를 강화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올해부터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다수 노동자가 적용 제외를 신청하는 등 가입률은 저조하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산재보험 가입 가능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49만5604명이다. 이중 가입자는 8만370명으로 16.2%에 그친다. 약 80%에 달하는 41만5234명이 적용제외 신청했다.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 유가족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면담요구 방문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 외치고 있다. 2020.10.14. 사진/뉴시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사업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날부터 산재보험 가입이 당연시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70일 이내 적용제외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적용제외 신청이 사업주의 강요로 이루어지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자 적용제외 요건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지난 8일 사망한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고(故) 김원종씨도 대리점의 강요로 적용 제외 신청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
 
더욱이 고(故) 김씨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가 대필로 작성됐다는 정황이 나오자 논란은 더 해진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청서 사본을 보면 김씨 신청서에 기재된 필체와 다른 사람 신청서 필체가 같아 사실상 한 사람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건을 포함해 3명이 각 2장씩 총 6장의 필체가 상당 부분 유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전국택배연대조합은 "택배기사를 모아놓고 적용 제외 신청서를 쓰게 하거나 임의로 작성해 서명하게 하는 경우, 서명을 강요하는 경우 등 불법 사례는 넘쳐나고 있다"면서 "전체 적용 제외 신청서를 전수 조사해 거짓으로 작성한 모든 사업주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하고 적용제외 신청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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