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서울디자인재단이 2017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1층 카페 입점 협상에서 화장실을 지어주면 설치비를 사용료에서 갚기로 문서로 합의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6년 뒤 재단은 "시설물 설치는 사용자 책임"이라며 상환 결론을 미뤘습니다. 그 사이 계약서와 공문, 법정 서면에서 재단과 서울시의 설명은 네 차례 바뀌었습니다.
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재단은 2017년 3월3일 카페 운영사 우일티에스와 우선협상합의서를 썼습니다. 재단 대표 직인이 찍힌 이 합의서에는 화장실을 1개소에서 남녀 분리 2개소와 장애인 화장실로 늘리면서 "예상 투자비 상회", "투자비 조율필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인프라 투자 항목에는 "비용상환은 연간사용료에서 상환되며 입증 확인은 감정평가에 의해 금액 산정"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에서 영업을 했던 카페 드 페소니아 모습. (사진=우일티에스)
그런데 사흘 뒤인 3월6일 맺은 위·수탁 계약서에는 다른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업체가 부담한 비용이 유익비나 필요비에 해당하더라도 재단에 상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입니다. 유익비·필요비는 임차물(부동산 등)의 가치를 높이거나 보존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말합니다. 임차인이 임차물에 돈을 썼을 때 임대인에게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민법상 비용상환청구권의 개념입니다.
화장실은 그해 5~6월 재단 직원의 검수를 거쳐 완공됐고, 지금도 DDP 시설로 쓰이고 있습니다.
재단 설명은 2023년 들어 두 달 사이에 달라졌습니다. 재단은 같은 해 1월11일 공문에서 화장실 비용을 사용료에서 깎아주는 것은 공유재산법상 불가하다면서도, 상환은 "증빙서류를 제출하여 주시면 지급이 가능한지 확인 검토하여 답변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두 달 뒤인 3월8일 공문에서는 "2017년 사용료 감면을 전제로 카페 공간에 화장실을 설치"한 것으로 보면서도, 기부채납을 전제로 한 감면은 서울시 공유재산심의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계약서에 "시설물의 설치는 사용자 책임"이라는 취지가 있어 "법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어주면 갚겠다던 합의가 6년 만에 사용자 책임으로 바뀐 셈입니다.
서울시 설명은 재단과도 다릅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법원에 낸 준비서면에서 우선협상합의서가 "화장실의 기부채납을 요청"한 문서라고 밝혔습니다. 재단은 사용료 감면을 전제로 한 설치로, 서울시는 기부채납 요청으로 같은 합의서를 해석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판단했습니다. 올해 2월 재단이 낸 건물인도 소송 1심에서 카페 측은 화장실 비용 반환을 맞소송으로 청구했지만, 법원은 계약서의 비용상환 청구 포기 조항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재단은 <뉴스토마토>의 질의에 소송 쟁점이라며 답변을 보류했습니다. 재단 관계자는 "소송에 있는 쟁점 사항이어서 답변하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금 답변을 드리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 있어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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