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17조원 규모의 인천광역시 재정을 관리할 차기 시금고 쟁탈전이 본격화했습니다. 지난 20년간 인천시 제1금고를 지켜온 신한은행과 오는 9월 금융그룹의 청라 본사 이전을 앞세운 하나은행의 양강 대결이 최대 관심사입니다. 은행장뿐만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까지 기관 영업전에 가세하는 등 막판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28일부터 시금고 제안서 접수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시는 최근 차기 시금고 지정 계획을 공고하고 공개경쟁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오는 13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뒤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신청서와 제안서를 접수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선정되는 금융기관은 내년 1월1일부터 2030년 말까지 4년 동안 인천시 재정을 관리하게 됩니다. 전체 약 17조원 가운데 일반회계와 공기업특별회계, 기금 등 약 15조원을 관리하는 제1금고와 기타특별회계 약 2조원을 담당하는 제2금고로 나눠 선정합니다. 현재 제1금고는 신한은행, 제2금고는 NH농협은행이 맡고 있습니다.
전체 자금의 대부분을 맡는 제1금고 선정에 은행권 경쟁이 뜨겁습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대결이 이번 시금고 경쟁의 최대 승부로 꼽히는데요.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인천시 제1금고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하나금융의 청라 이전을 계기로 제1금고 입성을 노립니다.
신한은행이 내세우는 대표 카드는 장기간 축적한 금고 운영 경험입니다. 인천시의 대규모 공공자금 관리부터 지방세 수납, 각종 행정·세정 시스템 연계까지 사실상 20년 가까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는 점에서 시스템 안정성과 업무 연속성이 경쟁 은행보다 앞선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지난 7월 인천의 행정 체제 개편 과정에서 세정 시스템 전환을 차질 없이 마무리한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행정구역 개편은 지방세 수납과 전산망 변경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만큼 기존 시금고의 운영 경험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기여 실적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 스퀘어브릿지 인천'을 통해 지난해까지 352개 기업을 지원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용 유지·창출 6393명, 투자 유치 4298억원의 성과를 냈다는 주장입니다. 공공배달앱 '땡겨요'에 인천 지역화폐 결제 기능을 연계하는 등 인천시 정책 사업도 진행해 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시금고 입찰의 다크호스로 꼽히는 하나은행은 '인천에 뿌리를 둔 금융사'라는 상징성을 앞세울 계획입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5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그룹헤드쿼터를 준공했고 오는 9월부터 금융지주를 시작으로 하나은행 등 10개 관계사가 순차적으로 입주합니다.
하나금융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인천으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까지 의결했습니다. 신규 이전 인원은 약 2200명으로, 이미 청라 통합데이터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합하면 약 4000명의 금융·IT 인력이 인천에 집결하게 됩니다.
하나금융에서는 본사 청라 이전으로 향후 10년간 약 3조4000억원의 직·간접 경제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협력 기업 유입과 생산·부가가치 확대 등을 포함한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약 3조200억원에 달하고, 직·간접 신규 고용 유발 인원도 약 1만5000명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천시 입장에서는 세수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하나금융 측의 설명입니다. 하나금융 본사 이전 첫해인 올해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포함해 약 580억원의 세수 효과가 발생하고, 내년부터는 지주를 비롯한 10여개 관계사와 약 4000명의 임직원이 청라에서 근무하면서 매년 230억원 이상의 세수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향후 10년간 누적 세수 확대 효과는 약 4200억원 정도입니다.
지역기여·금리 점수차 확대 변수
이번 시금고 선정에서 또 다른 변수는 평가 방식 변경입니다. 인천시가 공고한 평가 항목은 금융기관의 대내외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25점, 시에 적용할 대출·예금금리 18점, 주민 이용 편의성 24점, 금고업무 관리능력 24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 협력사업 7점 등입니다.
인천시는 최근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 개정을 반영해 관련 조례를 손질했는데요. 기존에는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와 '지역사회 기여 실적' 등의 평가에서 은행별 순위에 따른 점수 편차가 일정 수준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제한했지만 이번에는 이 제한이 없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두 은행의 재무건전성이나 전산·업무 처리 역량이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될 경우 금리 조건과 지역사회 기여 실적에서 차별화 전략이 최종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박찬대 인천시장도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청라 하나금융 헤드쿼터를 방문해 지역사회 공헌도를 시금고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거론한 바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영진까지 영업전에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은행장뿐만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까지 나서서 박 시장 등과 직접 만나 시금고 선정 당위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엔 박 시장의 모친상에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직접 빈소를 찾아 관심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20년간 인천 시금고를 지킨 신한은행의 아성에 도전하는 다른 은행들의 경우 정량적 평가 요소에서는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역 기여도 등 정성적 평가에서 당락이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인천시와 얼마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진 만큼 금융지주 회장까지 직접 나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7조원 규모의 인천시 재정을 관리할 차기 시금고 쟁탈전이 본격화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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