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차입) ETF(상장지수펀드)가 증시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에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넘어 특별검사(특검) 도입까지 추진하겠다며 대여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여권에서도 이번 정책 결정은 실패라는 지적이 잇따르며 책임론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TF 문제 인지하지만…청와대 "대책 마련이 우선"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6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증시 변동성 사안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대통령도 국민과 마찬가지로 증시 변동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해외 순방을 마치자마자 주식시장과 부동산 문제를 챙기는 것이 첫 번째 일정이었다"고 했습니다.
주식시장 변동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서는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란 것을 청와대도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하면서 필요하다면 사후 관리와 추가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경질에는 선을 그은 것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 주도로 도입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지리 ETF가 국내 증시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했다며 연일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품 출시 후 약 두 달간 증시에서 13조원이 넘는 자급을 흡수했습니다.
더불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후 사이드카는 수차례 발동됐습니다. 증시 변동폭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16일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고 최소 매수 단위를 1좌에서 20좌로 확대하는 보완책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땜질식 처방'이란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사전 검증 없는 '졸속 도입' △지수 전체의 변동성 증폭 및 구조적 왜곡 △사후 규제 강화에 따른 개인투자자 손실 등입니다. 이중 특정 대형주인 삼전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레버리지 상품으로 인한 수급 왜곡이 코스피와 코스닥의 변동성을 확대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일간 변동성이 높으면 원금이 복리로 깎여 나가는 '변동성 잠식' 현장에 노출됩니다. 또 시장이 급변동하면 LP(유동성공급자)가 제시하는 호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실제 순자산가치(NAV)와 거래가격 간 괴리가 커져,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증폭되는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여야, 모두 ETF 지적…특검 주장도
정치권에서는 김 실장의 졸속 행정 때문이란 지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가, 관계기관이 다 반대했는데 청와대에서 밀어붙였다면 이건 정책 실패가 아니라 다른 문제는 없는지 살펴봐야 할 문제"라며 "이게 청와대 정책실의 정책 판단이 아니라 혹시 로비나 부정한 결탁에 따른 것이 아닌지 당연히 의심해 봐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정조사를 넘어 특검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적은 정쟁하자는 것이 아니라, 훼손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정을 점검하자는 것"이라면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왜 이렇게 성급하고 무리하게 도입했는지 김 실장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주요 책임자들을 모아놓고 따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식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들고 수많은 청년들 서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하라고 했더니 '지금 대책이 우선'이라며 거부했다. 정책 실패에 가장 책임이 큰 사람을 놔두고 무슨 대책을 챙기는 것인가 납득하겠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여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도 비판은 이어졌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 "집권 민주당이 침묵하고 있기에 '레드팀' 입장에서 분명히 말한다"며 "정부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은 명백한 정책 실패, 관치 금융의 실패"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레버리지 ETF의 문제점이 많다"며 "이제야 이야기되는 걸 보면 참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레버리지 ETF의 책임론은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번지는 양상입니다.
정청래 전 대표는 < KBS>에서 열린 2차 TV토론에 이어 김민석 전 총리를 다시 한번 겨냥하며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한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는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김 후보가 총리 시절에 이것을 입법 예고하고, 지난 4월 총리 주관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었다"며 "단일종목 ETF 때문에 (투자자들이) 엄청나게 '멘붕'이 왔고, 변동성이 너무 크고 이런 부분에서 피해자가 너무 많다.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종배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김 실장 책임론이 형사 고발전으로까지 번지면서 정치권 공방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입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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