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유시민 동기
조선시대 '예송논쟁' 이상 과잉화…모두가 죽는 '저주의 굿판'
2026-07-27 06:00:00 2026-07-27 06:00:00
결론. 동기를 묻지 말라. 정치는 의도를 따지는 제도가 아니다. 계기 등의 진정성을 묻는 과정은 더더욱 아니다. 특히 정치적 동기는 검증 불가 영역. 선한 동기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이재명정부의 '필연적 실패'를 언급한 유시민(전 보건복지부 장관) 작가의 동기를 묻지 말라는 얘기다. 그의 말이 합리적이면 수용하고 비이성적이면 배척하면 될 일. '늙은 전국구 건달'의 제안에 대한 '용인이냐, 아니냐'의 양자택일. 정치권 블랙홀이 될 만큼 복잡한 일인가. 
 
메신저 죽이기는 '저열한 정치'
 
현실은 혐오를 앞세운 메신저 공격. 유 작가의 '재건축론', '어물전론'을 망상·헛예언 등으로 비판하는 것은 기본.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너는 망할 것'이라고 하는 저주"라고 했다. 친노(친노무현)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유 작가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37세 청년 유시민이 'DJ 필패론'을 제기한 『97 대선, 게임의 법칙』부터 2002년 '홍삼 트리오'(DJ 아들 홍일·홍업·홍걸) 비리 의혹 당시 꺼낸 'DJ 필패론'까지 소환했다. 
 
일부 진보 스피커들은 1984년 '서울대학교 프락치 사건'도 꺼냈다. 서울대 운동권 학생들이 임신현(25세)·손현구(19세)·정용범(25세)·전기동(29세) 등 민간인 4명을 정보기관의 프락치로 판단, 그해 9월17~27일까지 감금·폭행한 사건. 유 작가(당시 서울대 복학생협의회장)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쯤 되면 유시민 파묘. 속살은 '늙은 전국구 건달'에 대한 사냥. 민간인 고문 이미지를 유 작가에 덧씌워 메시지를 흐리는 전략. 
 
더 큰 문제는 진보 진영 전체가 빠진 '궁예 관심법'의 덫. 유튜브만 켜면 진보 진영 정치인들과 평론가들은 어김없이 찾을 가망이 없는 '유시민 동기'를 놓고 독심술을 편다. 친노·친문(친문재인) 부활부터 조국(조국혁신당 전 대표) 대권 프로젝트까지. 근거는 없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유 작가의 선민의식을 거론, "대통령을 깔보는 것"이라고 했다. 소위 서울대 운동권 엘리트의 오만이 깔렸다는 것. 한때 진보 진영이 치켜세운 유 작가는 어느덧 '반명(반이재명) 수괴'의 표상으로 전락했다. 『늙은 건달의 마지막 사냥』이란 제목의 무협지가 출간될 판. 
 
민주당과 진보정치의 허구화 
 
이들의 과잉 확신의 기저엔 확증편향. 다시 소환하는 '더닝 크루거' 효과. 1999년 데이비드 더닝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와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가 발표한 이 이론의 핵심은 능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취득한 정보를 과대평가하고 이를 맹신한다는 일종의 인지 편향.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들이 꽂히는 대상은 '자신의 거울상'이다. 음모론자일수록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자에게 꽂히고 이들의 말을 음모론으로 치부한다는 얘기다. 선민의식에 사로잡힐수록 평등주의자들을 '엘리트주의'로 규정한다는 뜻. 프랑스 철학자 제라르 벵수상이 말한 '내가 정의롭다고 믿을수록 나는 덜 정의롭다'도 더닝 크루거 효과다. 
 
비판은 없다. 혐오와 저주만 있다. 파국의 길이다. 어느 한쪽이 멈춰야 한다. 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투쟁의 종착지는 민주당의 허구화. 본인들 계파 정치를 위해서 민주당을, 더 나아가 진보 진영 자체를 해체하는 작업. '내란 청산 정치연합'으로 빛의 혁명을 달성했건만 현실은 범진보 연대는커녕 한 줌의 재도 안 되는 권력에 눈이 먼 나머지, 스스로 민주당 내부를 허물고 있는 것 아닌가. 
 
정파가 아닌 보스 정당·계파 정당의 한계. 161석의 거대 여당이 가치 부재에 시달리다 보니, 허무한 레토릭 굴레에 빠진다. 소리만 요란하니, 공허한 말장난만 난무한다는 뜻. 연대 의식은 간데없이 극단과 광기만 활개 친다. 인지 편향의 오류에 빠진 채 '선택적 정의'를 앞세워 상대 등에 칼을 꽂는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피아 구분의 일상화.
 
이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것은 머슴(정치인)이 주인(국민) 행세하는 주객전도. 대통령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당무개입 논란을 일으키지 마시라. 친명(친이재명)계도 유 작가의 말이 허무맹랑하거든 더는 반응하지 마시라. 부러우면 지는 법. 반박하는 이가 패자다. 알맹이 하나 없는 조선시대 '예송 논쟁'(성리학 예법을 둘러싼 서인·남인 충돌) 이상의 과잉화 결말은 모두가 죽는 저주의 굿판. 혐오를 거둬라. 꼬리(당내 권력투쟁)가 몸통(대한민국)을 흔들어서야 되겠나. 
 
최신형 정치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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