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농협중앙회장의 조합원 직선제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잡음을 낳고 있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는 쟁점 사안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데요. 전국 189개 지역 농·축협 및 신협 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사무금융노조에서는 농협의 부패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농협 개혁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상임위서 농협법 개정안 '이견'
29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농해수위는 전날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윤준병 민주당 의원 발의안을 포함한 총 9개 농협법 개정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날 열린 법안소위는 지금까지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자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각 법안의 주요 내용과 의원들의 의견, 정부 입장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의원들은 법안 현황을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정부의 보완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은 당정 협의회를 거쳐 발의돼 정부안과 가장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2개의 농협법 개정안 내용은 중앙회장의 조합원 직선제 도입과 특수 법인 형태의 감사기구인 농협감사위원회 설치 및 농식품부의 감독 권한 확대 등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에서는 정부·여당안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같은 날 농협 자율성 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 농축협 조합장과 농민 500여명과 국회에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공동선언식'을 열고 농협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이 자리에는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김선교 의원을 비롯해 이만희, 한기호, 김형동 의원이 참석해 개정안 추진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결국 법안소위에서는 다음주 입법 공청회를 열고 법안의 의문점이나 미흡한 점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농해수위 의원실 관계자는 "정확히 언제쯤 정리가 돼서 통합안이 나온다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내달 12일 법안소위와 전체회의가 있는데 그때쯤 마무리돼서 같이 처리되지 않을까 예상은 해본다"면서 "당정은 지금 문제가 너무 많아 일단 한 번 매듭지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대안 입법이 정리되면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되는데요. 법사위 의결이 돼야 본회의에 법안이 부칠 수 있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공청회나 설명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받아 내용 검토 후 추진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안은 수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전반적인 방향은 현재와 동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관치냐 자율이냐 의견 분분
농협 개혁 방향성을 두고 노조 내부에서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습니다. 농축협 조합장들로 구성된 '농협 자율성 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농협감사위 신설을 골자로 농협 개혁을 담은 정부·여당안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농축협 노조는 중앙회장 체제 아래 조직적 구조에 따른 부정부패는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독립적인 감사를 통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농해수위 국민의힘 의원들도 비대위 의견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비대위는 이번 개혁안이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지난주 여의도에서 연이어 결의대회와 공동선언식을 개최했습니다.
비대위는 지난 28일 농민공동선언식에서 농협 자율성을 훼손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현장 중심의 진정한 개혁을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비대위는 △농협의 근간을 흔드는 외부의 부당한 간섭 거부 △일방적인 개악 법안 추진 즉각 중단 △농업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개혁안 추진을 요구했습니다.
비대위는 농협감사위원회 신설에 대해 "내부 사정에 어두운 외부 인사 중심의 농협감사위원회 신설은 전문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수백억원 추가 운영비로 농업인 우대 사업 예산 축소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와 관련해선 "중앙회장에 권한을 과도하게 집중시키고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게 해 조직의 결속력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전국 189개 지역 농·축협 및 신협 노동자로 구성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협동조합업종본부는 조속한 국회 입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무금융노조 측은 "현재를 지키면서 개혁에 앞장서겠다는 말은 위선"이라며 반박했습니다. 노조는 비대위를 농협개혁 반대 세력으로 규정하며 개혁법안과 관련해 왜곡을 펼친다고 주장했습니다.
외부 감사기구 설치가 '관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중앙회장 비리를 비롯해 조직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현실을 보면 자정능력을 발휘해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현재 중앙회가 운용중인 감사기구를 활용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감사기구 운영에 대한 우려는 감사기구의 구성 및 운영방안 등의 내용을 보완해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입니다.
사무금융노조는 "농협중앙회장 농민 조합원 직선제 도입과 외부 감사기구 설치 및 운용 등이 포함된 농협법 개정안을 지지한다"며 "농협개혁입법 국회처리일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에 관한 평가 등 농협의 근본적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농협 개혁안을 두고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단체, 내부 노동조합 간 이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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