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국토부 장관의 위험한 산술
2026-04-21 06:00:00 2026-04-21 11:33:01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지표상의 숫자보다 시민들의 체감온도에서 결정된다. 반복된 다주택, 고가 주택 억제 정책을 지켜보며 많은 이들이 묻는다. 강남의 집값을 조금 낮추는 것이 서민들이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나는 고통보다 가치 있는 일인지.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고 부동산 거품을 제거해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시장이 정부의 도덕적 의지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는 매물 잠김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집을 팔기도, 사기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집주인들은 늘어난 세금 부담을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보증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다주택자가 집 한 채를 팔고 무주택자가 사면 전세 수요도 한 개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부동산 시장의 복잡한 수요-공급 메커니즘과 가구 분화라는 역동성을 간과한 무지한 발언이다.
 
실제 무주택자가 집을 산다고 해서 반드시 기존 전세시장에서 빠져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부모님 집에 얹혀살던 자녀가 집을 사서 독립하는 경우 매매 수요는 늘었지만, 전세 수요는 원래부터 0이었으므로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다주택자가 집을 팔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 하나가 영구적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고가 주택 대출을 막기 위해 촘촘하게 설계된 규제망은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꿈마저 앗아갔다. 집을 살 수 없게 된 이들이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수요는 폭발했고, 전셋값 상승으로도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세 대출 이자보다 비싼 월세를 감당하며 자산 형성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비자발적 월세화역시 빨라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거대한 생태계와 같다. 특정 부위를 강하게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는 '풍선 효과'는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강남이라는 상징적 지역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려는 시도가 수도권 전역의 전월세 가격을 동반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성공한 정책이라 부를 수 없다. 공급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규제와 징벌적 과세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결국 시장의 왜곡만 심화시킬 뿐이다.
 
이제 정부는 강남 집값을 조금 낮추는 대가로 서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게 맞는지 답해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강남 고가 주택의 가격 하락보다 시급한 것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다. 집값을 잡는 것 자체가 정책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가장 취약한 계층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 임대 물량의 자연스러운 공급을 유도하고, 실거주 목적의 주거 이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현실화해야 한다.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선의가 시장의 법칙을 어길 때, 그 피해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토마스 소웰의 말이 지금은 더 와 닿는다. 주거 정책의 진짜 목적은 '특정 지역과의 전쟁'이 아니라 '전 국민의 안정적인 삶'에 있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다.
 
김의중 금융부 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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