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위기의 디벨로퍼)②브릿지론부터 무너졌다…강남도 '빚더미'
브릿지에서 본PF 전환 막혀 개발사업 '착공 전 붕괴'
강남 '펜디 까사' 10회 유찰…감정가 대비 25% 하락
지방서 시작된 PF 부실 하이엔드·강남까지 번져
2026-04-21 06:00:00 2026-04-21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4월 17일 14:2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적은 자본으로 도시를 설계하던 디벨로퍼(시행사)는 이제 시장 불안이 닥치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축이 됐다. 저금리와 분양 호황기에는 자기자본 3~5%만으로도 수천억원대 사업을 굴리는 '효율의 모델'로 통했다. 그러나 시장이 꺾이자 이 방식은 곧바로 취약성으로 돌아왔다. 금리 상승과 공사비 급등, 분양 침체가 한꺼번에 덮친 데다 대출 규제, 분양가 통제, 인허가 지연 등 정책 변수까지 겹치면서 사업 자체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자금줄은 막히고 일정은 밀리며 수익성은 불확실해진 흐름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연명 단계에 들어선 디벨로퍼들의 현주소를 짚고, 왜 이들의 사업 방식이 침체기에 가장 먼저 균열을 드러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이 장기화되면서 디벨로퍼 사업의 출발점인 브릿지론 단계부터 균열이 시작되고 있다. 만기 도래 시 본PF로 이어지던 자금 흐름이 분양 리스크와 금융권 심사 강화에 막히며, 개발사업이 착공 이전 단계에서 멈춰서는 사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이 끊긴 사업장은 공매로 넘어가고 있으며, 강남 핵심 입지조차 장부가를 밑도는 가격에 매각이 시도되는 등 자산가치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4에 위치한 '포도 바이 펜디 까사' 공사 현장.(사진=IB토마토)
 
강남 핵심 입지도 10회 유찰…'펜디 까사' 공매 전락
 
17일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정보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핵심 입지의 토지 및 건물도 장부가와 낙찰가 간 격차가 평균 30%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곳은 강남구 논현동 114번지 소재 토지 및 건물로, 10회 이상 유찰됐음에도 아직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해당 물건은 강남 초고가 주거 부지로 알려진 '포도 바이 펜디 까사'다. 명품 브랜드 '펜디'가 인테리어에 참여하는 하이엔드 주거시설로 기획되며, 분양가가 200억원대를 웃도는 '초고가 주택'으로 주목받았다.
 
디벨로퍼 골든트리의 SPC(프로젝트 회사) 논현PFV는 강남구 논현동 114번지 일대 토지·건물을 아모레퍼시픽(090430)으로부터 약 1520억원에 사들인 뒤 1800억원 규모 브릿지 대출을 받았고, 이후 감정가는 2778억~3099억원 수준으로 책정됐지만 결국 공매까지 밀려났다. 해당 감정가는 이 부지가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거래될 것으로 가정해 산정된 가격이다. 문제는 숫자상 담보가치가 아니라 현금 흐름이다. 본 PF 전환에 실패하고 수익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당시 연 8~10%대 고금리 브릿지 이자가 매달 수십억원씩 쌓이자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고, 대주단은 대출 회수를 위해 신탁공매를 택했다.
 
최초 공매는 감정가(3099억원)보다 높은 3712억원에서 시작됐지만, 10차례 이상 유찰되는 동안 2340억원까지 입찰가를 낮췄음에도 응찰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감정가 대비 약 25% 수준까지 가격이 하락했지만 시장 수요가 붙지 않은 것이다. 현재 10회 이상 유찰돼 수의계약 전환 요건을 충족한 상태로 파악된다.
 
반복된 유찰을 거치면서 장부가와 실제 매각 가능 가격 간 괴리가 수백억원 규모로 확대된 것이다. 이는 브릿지론이 막히는 순간, 강남 핵심 입지조차 단기간에 부실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사업은 2024년 3월 건축허가를 받고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착공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고기관인 한국투자부동산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핵심 입지임에도 매각 금액 규모가 크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다수 채권자가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시장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4에 위치한 '포도 바이 펜디 까사' 공사 현장. (사진=IB토마토)
 
SK에코 투자·DL건설 철수희림 설계까지 얽힌 프로젝트
 
이 사업에는 주요 플레이어들도 다수 얽혀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시공은 DL건설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이후 시공권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설계 및 용역 일부는 희림(037440)종합건축사사무소가 참여하는 등, 국내 주요 건설·설계사가 관여했던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 중단은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는 해당 프로젝트에 약 70억원을 투자했으나, 사업이 공매로 넘어가면서 투자금 회수는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태다. 사측은 회수 규모와 손실 여부가 공매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DL건설은 해당 사업 시공사로 이름을 올렸으나, PF 리스크를 고려해 지난해 초 시공권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DL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사 내부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공공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침에 따라 PF 사업장은 지양하고 있다"며 "입지와 관계없이 PF 사업 특성상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DL건설의 시공권 포기를 PF 구조 리스크에 따른 선제적 판단으로 보고 있다. 통상 시공사는 본PF 전환 가능성, 책임준공 등 금융 조건, 시행사의 재무 상태를 종합 검토한 뒤 리스크가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본도급 계약 이전에 철수하는 경우가 많다. 
 
설계사로 참여한 희림의 경우 현재 법적 분쟁에 연루된 상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희림은 시행사 논현PFV를 상대로 약 1억4300만원 규모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및 채권 가압류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업 지연 과정에서 발생한 용역 대금 등 채권 회수를 둘러싼 조치로 풀이된다. 희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다만 금액 규모가 크지 않고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대손상각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표=한국자산관리공사)
 
지방서 터진 PF, 강남까지 확산…하이엔드도 예외 없어
 
해당 사업의 디벨로퍼는 골든트리개발로, 강남 하이엔드 주거 개발을 추진해온 중소 디벨로퍼다. '포도 바이 펜디 까사'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다만 올해 재무제표 감사에서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골든트리개발은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회사는 2024년 말 기준 영업손실 4억7500만원, 당기순손실 26억9200만원을 기록했으며, 부채총액이 자산총액을 약 20억5200만원 초과했다. 재무제표는 계속기업을 전제로 작성됐지만,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채무 상환에는 중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자산 역시 취약한 모습이다. 작년(2024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은 금융기관에 의해 공매가 진행 중이며, 단기대여금과 선급금의 회수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단기대여금 및 선급금을 제외한 총자산은 약 182억원 수준에 불과한 반면, 단기차입금은 약 305억원에 달해 약 123억원의 상환 부족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본지는 골든트리개발의 최근 공시에 기재된 대표번호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해당 번호는 현재 다른 용도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문제는 특정 사업장에 국한되지 않고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지방에서는 이미 부실이 현실화됐다. 전남 지역의 시온건설개발·시온토건은 주상복합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미분양과 PF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건설사의 경우 부도 처리됐고, 대전의 지산종합건설 역시 오피스텔·주상복합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자금난에 빠져 같은 해 회생을 신청했으며, 일부 사업장은 공사가 중단된 채 토지와 미완공 자산이 공매·경매로 넘어가고 있다.
 
이러한 부실은 이제 서울 핵심 입지로 역류하고 있다. 도곡동 '오데뜨오곡 도곡', 청담동 '청담501' 등 하이엔드 주거·오피스텔 역시 미분양과 본PF 전환 실패로 공매에 넘어간 뒤 반복된 유찰을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서울 고급 오피스텔 시장에서도 미분양과 세금 체납 등으로 공매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펜디 까사 사례는 고급 부동산 개발사업조차 PF 조달과 금리 부담에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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