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재배당된 '조희대 법왜곡죄'…수사 표류 '중대재해법' 전철 가능성
판례 없는 법왜곡죄 사건, 경찰서 위법 판단 어려워
유죄 판례 적어 수사 난항 중처법, 지지부진 전철 밟나
공수처 등 법리 해석 가능 기관 사건 담당 필요성 있어
2026-03-13 19:06:08 2026-03-13 19:06:08
[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경찰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법왜곡죄 고발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인계했습니다. 용인서부경찰서 보다 규모가 큰 서울경찰청에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일각에선 관련 판례가 없는 만큼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자칫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이 실효성 논란이 나올 수 있어 전문적인 법 해석이 가능한 기관이 사건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됍니다.
 
지난 1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원으로 출근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경찰은 13일 공지를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법왜곡죄 고발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인계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날 이 사건을 용인서부경찰서에 배당했는데, 사안의 중대성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법 집행기관인 경찰이 법왜곡죄 사건을 수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청이 용인서부경찰서에 사건을 배당한 12일은 법왜곡죄가 포함된 사법 3법이 시행된 첫날입니다. 법왜곡죄 사건을 다룬 전례는 물론 판례 자체가 없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기준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할 때 수사관은 비슷한 사건의 판례를 토대로 위법 여부를 가립니다. 즉 판례는 법리적 타당성을 따지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특히 조 대법원장의 법왜곡죄 사건은 고도의 법리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 대법원장이 임의로 법리를 왜곡해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 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고발장을 낸 이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문제 삼았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형사 재판의 원칙인 서면주의를 의도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3월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그러자 대법원은 4월22일 박영재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주심으로 지정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뒤 8일만에 결론을 냈습니다. 당시 2심 재판까지의 사건 기록은 약 6만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왜곡죄는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검사 등이 재판 또는 수사 중인 형사사건에서 특정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할 목적으로 법을 부당하게 적용할 경우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 경찰 수사관은 "경찰은 법 해석 기관이 아니다. 판례가 없는 사건의 법 조항을 해석해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사건을 담당하기엔 수사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왜곡죄 수사가 자칫 실효성 논란이 있는 중처법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중처법은 유죄로 판단된 판례가 적어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실제 지난해 8월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중처법은 2022년 1월 시행 이후 총 1252건이 입건됐지만, 송치 276건과 기소 121건에 불과합니다. 유죄 판결은 49건인데 집행유예가 42건으로 85.7%를 차지했습니다. 전체 형사 공판 사건의 집행유예 비율(약 36%)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실형까지 이어진 경우는 손에 꼽습니다.
 
중처법상 중대시민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까지 약 30건이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이중 기소까지 이어진 건은 '오송 참사'의 이범석 청주시장뿐입니다. 중대시민재해 1호 사건은 지난 2023년 4월 경기 성남에서 발생한 '정자교 붕괴 사건'으로 입건된 신상진 성남시장인데, 당시 경찰은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판례가 없어 신 시장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후 사건 발생 1년 뒤인 2024년 4월 경찰은 신 시장을 불송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중처법 유죄 판례가 적어 수사기관이 혐의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수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법리를 전문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기관이 담당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사법 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의안과에서 사법 3법을 제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 권한이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공수처에는 검찰 및 변호사 출신 인력이 있어 법리 해석이 비교적 용이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 형법 전문 법무법인 관계자는 "판례가 없는 사건인 만큼 경찰은 경찰에서 감당하기에는 버거울 수 있다. 자칫 소극적인 판단으로 불송치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해 다시 처음부터 수사를 진행하는 등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법리 해석이 가능한 기관이 담당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경찰청은 법왜곡죄 수사에 혼선이 없도록 법 조항의 의미와 구성요건 등이 담긴 해석 참고자료를 일선 경찰서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를 돕기 위한 참고 성격의 자료이며 별도의 공식 수사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청은 전국 시도청 수사심의계에도 관련 법률 검토 내용을 공유할 방침입니다. 향후 일선 수사관들이 법 적용 여부 판단이 어려울 경우 수사심의계에 의뢰해 사건별 법률 검토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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