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가상자산 특금법 판결 전수조사...유죄 '88%'
특금법 개정 이후 4년 7개월
가상자산 판결 총 59건 분석
유죄 52건, 무죄는 5건 8.5%
2025-12-05 10:28:17 2025-12-05 11:43:28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범수 기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가상자산 관련 내용이 포함된 지 약 4년8개월이 지났습니다. ‘가상자산거래소 등 가상자산 매매·중개·보관 등 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하는’ 특금법 개정안은 2021년 3월 25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이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2024년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전까지 가상자산을 다루는 유일한 법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가 활성화되면서 가상자산 AML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FIU는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AML 정비를 위해 용역을 발주하며 AML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현재 입법 준비 중인 가상자산 2단계법에서도 AML은 가장 핵심적인 고려 요소로 꼽힙니다.
 
가상자상 관련 내용이 포함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은 2021년 3월 25일부터 시행 중인데, <디지털애셋>이 4년7월간 동안 이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판결 내용을 전수 조사했다.(이미지=디지털애셋)
 
이에 <디지털애셋>은 2021년 3월 25일 특금법 시행 직후부터 2025년 10월 31일까지 4년 7개월 간 특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판결이 선고된 가상자산 관련 사건을 전수조사했습니다. 향후 가상자산 AML 논의에 그간 사법·수사기관의 판단들을 정리한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애셋>의 확인 결과, 가상자산과 관련된 사건의 판결문은 모두 577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판결문은 총 59건이었습니다. 59건 중에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게 39건이었고,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이 2건입니다. 나머지 18건은 1심 또는 2심 선고가 난 뒤 현재 항소심 또는 상고심이 진행 중이어서 하급심 판결문을 기준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번 분석 대상이 된 59건의 사건 중 유죄가 선고된 사건은 52건이었고, 수천억원대 미신고 거래 사건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특금법 유죄 선고 피고인 중 55%가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유죄 사건 중 연관 범죄인 보이스피싱·마약·사기 등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2건+2건…사실상 유죄 91.5%
 
전체 59건의 판결문 분석 결과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유죄 선고 건수가 52건으로 전체 88%를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무죄가 선고된 건수는 5건으로 8.5%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2건도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 유죄 판결은 54건으로 91.5%에 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판결문 중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2건의 사건은 눈여겨 볼 만합니다. 하급심에서 특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판단한 사건입니다.
 
가상자산 특금법 위반사건 선고 분포(이미지=디지털애셋)
 
먼저 10조원대 가상자산 미신고 거래 사건입니다. 피고인들은 수만회에 걸쳐 10조원대 규모의 가상자산을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매매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 2심 모두 특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 제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피고인들이 공모해 불특정 다수인 전주들의 편익을 위해 그들을 대행해 가상자산을 매매하거나 이전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행위를 계속·반복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가상자산거래를 영업으로 한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한다”고 유죄 취지의 판단을 내리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두번째 사건은 USDT 미신고 거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환전업자인 다른 피고인의 지시로 보이스피싱 조직원 지갑으로 USDT를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이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피고인이 이체한 금액의 규모는 약 180억원에 달합니다. 피고인은 1심에서 특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 특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일부 감형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대법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원심 판단에는 미신고 가상자산거래 영업으로 특금법 위반죄의 공동점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피고인의 특금법 위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가상자산사업자 개념 확립
 
주목할 만한 부분은 파기환송된 두 사건 모두 대법원이 2024년 12월 12일 선고한 ‘2024도10710 판례’를 근거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은 일본과 한국 간 가상화폐 시세 차이,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을 노리고 2021년 9월~2022년 6월 사이 약 1788억원 규모의 가상자산 미신고 매매가 이뤄진 사건입니다. 1심은 이 사건 피고인에 징역 2년을 선고했고 이후 상고가 기각되면서 확정됐는데요. 당시 대법원이 이 사건 선고를 하면서 최초로 ‘가상자산사업자의 개념’을 확립하면서 이후 다른 사건 판단에 적용되는 주요 기준이 됐습니다. 당시 대법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아래와 같이 판시했습니다.
 
“자기의 계산으로 오로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서만 가상자산의 매매나 교환을 계속ㆍ반복하는 가상자산거래소의 일반적인 이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상자산사업자로 보기 어려울 것이나, 불특정 다수인 고객이나 이용자의 편익을 위하여 가상자산거래를 하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를 계속ㆍ반복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가상자산사업자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투자 목적으로 거래소를 이용해 매매, 교환을 반복하는 이용자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니지만, 불특정 고객 등을 위해 영리 목적으로 매매 행위를 반복하는 자를 가상자산사업자로 본 판례입니다. 이석준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지난 6월 한 강연에서 이 판례의 의미에 대해 “가상자산사업자 정의에 영업의 계속성과 반복성이 포함돼 있다 보니, 규정만 놓고 보면 일반 투자자도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상 우려가 존재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인이 자금세탁방지 설비를 모두 갖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에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기준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가상자산 특금법 위반 유죄 선고 형량 분포(이미지=디지털애셋)
 
특금법 유죄 피고인은 101명
 
개별 피고인에 대해 분석한 결과, 특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모두 101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56명, 비율로는 55%가량이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 중 징역 2년 이상~3년 미만이 19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징역 3년 이상~4년 미만도 1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징역 5년 이상 선고된 피고인은 5명이었습니다. 벌금형은 6명으로 전체 5.94%였고, 집행유예는 39명으로 38.61%를 차지했습니다.
 
유죄 선고 피고인이 받은 형량 중 가장 무거운 처벌 수위는 징역형 9년이었습니다. 특금법 위반 외에도 범죄단체조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징역 9년으로 감형됐는데, 이후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습니다. 다만 A씨의 경우 미신고 거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이 피고인은 2022년 8월~2023년 5월 전화, SNS를 통해 약 10억원어치의 가상자산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체 유죄 사건 52건 중 특금법 위반 혐의만으로 유죄가 선고된 건수는 19건으로 36.54%를 차지했습니다. 특금법 위반 혐의로만 유죄가 선고된 사건 중 가장 무거운 처벌 수위는 징역 3년이었습니다. 법원은 4000억원대 미신고 거래 혐의로 기소된 불법 장외거래(OTC) 업체 리빌 대표 박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60%이상 다른 혐의 함께 적용
 
특금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된 19건 외에 나머지 33건(63.46%)은 특금법과 함께 또다른 연관 범죄 혐의가 추가된 사건들입니다. 특히 연관 범죄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게 보이스피싱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위반 등) 관련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사건은 12건으로 전체 23.08%를 차지했습니다. 사기가 8건(15.38%), 외국환거래법과 마약 관련 유죄 선고가 각각 3건(5.77%)이었습니다.
 
특금범 위반 사건에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가 동반되는 이유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얻은 자금을 가상자산으로 세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보이스피싱특별법) 위반과 가상자산 관련 특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가장 무거운 처벌 수위는 1심에서 선고된 징역 3년입니다. 이 사건 피고인 C씨는 2024년 12월 2~20일 사이 52회에 걸쳐 USDT(테더) 약 355억원어치를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가상자산 특금법 위반 유죄 선고 중 연관 범죄 분포(이미지=디지털애셋)
  
국내외 이동이 법정화폐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가상자산 특성 탓에 외국환거래법 사건과 연루된 사건들도 눈에 띕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가상자산 관련 특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형량이 가장 높게 선고된 건 7400억원 규모 미신고 매매 사건입니다. 이 사건 피고인은 5000억원대 가상자산을 신고하지 않고 거래한 혐의로 1,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습니다.
 
7400억원 미신고 거래도
 
이번 분석 대상 사건들 중에는 수천억원대 미신고 거래 규모도 다수 확인됩니다. 불법 가상자산 장외거래(OTC) 업체 '리빌' 사건이 대표적인데요. 리빌 대표 및 관계자들은 2021년 9월~2023년 11월 3848회에 걸쳐 4381억원 규모의 미신고 가상자산 매매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여의도, 부천, 강남 등에 사무실을 차려 불법 OTC 영업을 벌였고,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씨의 범죄수익도 세탁한 것으로 조사돼 사회적 이목을 끌었습니다. 리빌 대표 박씨는 2025년 5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의 징역 3년, 약 11억원 추징 등이 확정됐습니다.
 
3398억원 규모 미신고 거래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김치프리미엄(국내외 가상자산 시세 차이)’을 노리고 가상자산 미신고 거래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2021년 9월~2022년 6월 사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BTC(비트코인)를 매도하는 등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총 3398억원어치 가상자산을 매매하고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고인 D씨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약 31억원 추징이 선고됐고, 그 외 일당들도 징역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 상고 기각으로 2025년 9월 형이 확정됐습니다.
 
약 7400억원 규모의 미신고 거래 사건도 눈에 띕니다. 이 사건에선 가상자산 매매대금 등을 해외로 송금하는 중 미신고 가상자산 매매가 발생했습니다. 피고인 4명은 2021~2022년 수천회에 걸쳐 총 7358억원가량의 가상자산을 신고하지 않고 매매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피고인 E씨는 항소심을 거쳐 징역 4년, 약 10억원 추징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상고 취하로 2023년 11월 확정됐습니다.
 
박범수 기자 cmsbumsu@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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