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조동익·조동희, '긴 호흡 품은 삶의 음유시'
지난해 '투 트랙 프로젝트'…한영애·장필순부터 이효리·잔나비까지
한국 대중음악 '가교' 역할, 올해 '시즌 2' 선보일 예정
"음악 공동체 식 작업물…'살아볼만 해' 희망 되길"
2023-02-15 16:10:51 2023-02-16 11:38:4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공상이 형형색색으로 뻗어가는 프리즘이라면, 예술은 이를 다차원의 우주로 확장하는 인류의 고귀하고 숭고한 행위. 공상은 예술을 낳고, 예술은 우리 세계를 낳는 것.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동희의 답변을 듣다가, 위와 같은 생각을 곱씹게 됐습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장필순(‘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을 비롯 조규찬, 나윤선, 이효리 등의 작사가, 고 조동진(1947~2017)과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을 이끈 ‘거장’ 조동익(포크 듀오 어떤날 출신)의 동생.
 
흡사 원더랜드의 토끼굴 같은 '노란 대문 집과 무지개 스튜디오(제주 소길리에 위치한 조동익 집·작업실의 별칭)'에서 이제 막 빠져나온 것 같은 그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때는 꿈에도 몰랐거든요.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장필순 대표곡·1997년 발표)가 25년이 넘도록 사랑받을 줄은. 긴 생명력을 지닌 노래들을 더 만들어봐야겠다 싶었어요."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을 이끈 ‘거장’ 조동익(포크 듀오 어떤날 출신)과 싱어송라이터이자 장필순(‘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을 비롯 조규찬, JK김동욱, 김장훈 등의 작사가이자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둘 모두 고 조동진(1947~2017)의 동생들이다. 사진=최소우주
 
조동익이 곡을 만들면, 조동희가 가사를 붙이고, 대중 음악계의 보석 같은 뮤지션들이 노래한 프로젝트. 성별도, 경력도, 장르도 다른 두 아티스트가 한 곡(조동진 작곡, 조동희 작사)을 다른 해석의 두 곡으로 발표한다 해서 '투 트랙 프로젝트(이하 투 트랙)'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처음에는 어릴 적 만화책 ‘유리가면’을 떠올리며 한 막연한 공상이었어요. (거기 보면) 한 배역을 서로 다르게 연기하는 두 배우가 나오거든요. 경합이 아닌, 예술의 본질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
 
'투 트랙'은 지난해 3월부터 3개월에 한 번씩 진행됐습니다. 총 4곡을 아티스트 8명이 각자 색깔로 부르고 음원으로 냈습니다. 결과론적으로는 8곡이었던 셈. 올해 초 이를 엮어 실물 CD와 LP로도 냈습니다. 장필순과 정승환을 비롯 한영애와 잔나비('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이효리와 정세운('오늘부터 행복한 나'), 이승열과 스텔라장('슬픔이 지나간 자리'). 한국 대중음악계를 잇는 거대한 음악 가교 프로젝트가 본격 항해의 돛을 올린 셈입니다.
 
"일단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세계를 명확히 펼칠 수 있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맑고 순수하게, 또 진지하게 음악을 대하는 선후배 가수분들의 인생관이 잘 묻어난 것 같아요."
 
장필순과 정승환이 부른 '연대기'는 지나간 사랑의 기억을 정리된 시간이나 연표에 비유한 곡. '사랑은 그 시간에 남아 있는 거야'라는 문장 하나가 예술적인 상상력을 촉발했다고. 그때 그때 각자의 사랑에 관한 철학을 나누고, 공감의 언어는 노래가 됐다고 합니다. 조동익은 작업 기간 내내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품성과 관계"임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내 역설했다고.
 
조동진 사단으로 불리는 음악 공동체 '하나음악'이 한국 대중음악사, 포크의 뿌리로 평가받는 것과 연결됩니다. 실제로 조동익의 형인 조동진은 생전 후배 음악가들에게 "좋은 노래, 좋은 소리란 좋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조동익은 들국화, 시인과촌장, 고 유재하와 김광석, 김현철, 안치환, 낯선사람들(이소라 등)을 비롯해 수많은 음악가와 교류하고 음반 제작을 도왔다. 사진=최소우주
 
"음악공동체라 그런지 여전히 우린 가족 분위기로 작업에 임해요. 동익 오빠는 '솔직히 멜로디 어떤지 말해봐' 하기도 하고, 제가 쓴 가사의 발음에 대해 서로들 모니터도 해주고요.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에선 가창자를 중심에 두고 그 분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함께 고민하는 몫이 컸어요. 특히 (이)효리씨가 부른 가사 중 그런 문장이 있거든요. '하루를 산다해도 세상 끝인 듯이, 작은 꽃 하나에 우주를 보듯 나 살아갈 거야'. 그건 우리 남매의 가치관인 동시에 화려함을 등지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효리씨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실제로 이효리는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마음 가짐으로 녹음에 임했다고. "오빠도 노래 해봐. 집에선 잘 했잖아"라며 이상순을 곡 녹음(기타, 백업 보컬)에 참여시켜 스튜디오 분위기도 밝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같은 곡을 공기 90으로 아주 예쁘고 아련하게 부른 잔나비 최정훈 씨와 인생을 통달한 느낌으로 부르는 한영애 선배, 한영애 선배의 노래가 뜨거운 칼 같다면, 정훈 씨는 서늘한 바람처럼 노래하죠. 이승열과 스텔라장의 곡을 맡은 함춘호 씨가 이상순 씨의 기타 녹음은 어떤지 궁금해하고, 가창자들은 서로의 노래를 들어보고. 서로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만든 음악이었어요."
 
장필순과 정승환을 비롯 한영애와 잔나비('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이효리와 정세운('오늘부터 행복한 나'), 이승열과 스텔라장('슬픔이 지나간 자리'). 한국 대중음악계를 잇는 거대한 음악 가교 프로젝트 '투트랙'이 LP로 최근 발매됐다. 사진=최소우주
 
사운드 측면에서 앨범 전체는 반짝이면서도 광활한 미장센이 특징. 최근 몇년 간 가상악기로 앰비언트(환경음악, 프로그래밍) 음악을 해온 조동익의 전매특허가 이번 프로젝트에도 인장처럼 찍혀 있습니다. 조동익은 평소 아이슬란드 음유시인인 올라퍼 아르날즈를 즐겨 듣고 소리를 연구하며, 믹싱-마스터링까지 도맡는다고. 조동희에 따르면, 조동익은 "사운드의 관계 역시 사람 관계와 같다. 특정 소리가 서로 욕심을 내거나 앞서려 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는 음악관으로 작업에 임한다고 합니다.
 
조동익-조동희 두 남매는 올해 시즌 2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나음악의 '옴니버스' 프로젝트나 최근 조동희가 운영하는 레이블 최소우주의 '마더' 프로젝트(엄마가 된 뮤지션들이 내는 음반-공연 프로젝트)처럼 발전시켜갈 계획이라고. 긴 호흡과 삶의 이야기로 쓰는 시와 같은 음악들. 한 곡에 수많은 작사, 작곡가들이 달라붙어 한 소절씩 만을 만들고 심지어는 그 때문에 정체불명 가사가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현재 일부 K팝과는 접근법부터가 다릅니다.
 
"작은 꽃 하나에 우주를 보자는 인생관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한 사람에게는 그 고유의 향기나 체취 같은 것이 있다 생각하고, 그것이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위로'라는 말이 너무 흔해져서 쓰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노래들이 최소한이나 삶의 희망이 됐으면 하네요. 그래도 '살아볼만 해' 같은 거요."
 
싱어송라이터이자 장필순(‘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을 비롯 조규찬, JK김동욱, 김장훈 등의 작사가이자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사진=최소우주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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