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기식 "삼성생명법, 이재용 승계작업 마지막 퍼즐…8년 전 삼성 전방위 로비"
"이번엔 법인세 로비 가능성…승계문제 털고 미래먹거리 집중해야"
2022-12-21 06:00:00 2022-12-21 06:00:00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더미래연구소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삼성생명법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일명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2014년 법안 첫 발의 이후 8년 만이다. 핵심은 현행 보험업법에서 규제하는 '3% 룰'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다. 3% 룰은 보험사가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을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도록 한 규제다. 계약자들의 보험금 지급을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개정안 통과도 아니고 논의에만 8년이 걸린 이유는 뭘까. '3% 룰'에 걸리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때문이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30조원 규모) 중 총자산(314조3220억원·이상 올해 3분기 연결기준)의 3%를 초과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총수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다. 시장에선 삼성생명법이 이 회장의 승계와 지배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단언한다. 당장 '삼성전자 주가가 폭락할 것이다', '해외 투기세력이 삼성전자를 장악할 것이다' 등의 불안을 조성하는 기사가 연일 쏟아진다. 모두 이 회장의 지배력이 흔들린다는 전제가 깔린 가설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을 지냈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삼성생명법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0%"라고 단언했다. 오히려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판으로 멈췄던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될 기회로 생각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삼성생명법을 계기로 승계 문제를 털어내고 삼성의 미래 먹거리 찾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더미래연구소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삼성생명법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사진=뉴스토마토)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이 회장 등 총수 일가 중심의 삼성그룹 지배구조 체제에 변화를 초래하나.
 
단언컨대 1%의 변동 가능성도 없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삼성생명법을 반대하는 것인가. 
 
그동안은 반대해왔을지 몰라도 지금 이재용 회장과 그 일가는 '불감청 고소원'의 심정으로 삼성생명법을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재판(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 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더 높이도록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으로 중단됐던 승계 작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법이 되레 이 회장 승계 작업에 유리하다는 것인가. 부연 설명을 해달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승계 프로그램 아래서 제일모직 자회사로서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하는 것 외에도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시킨 뒤 지분을 팔아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가져오는 것까지 설계됐다. 재판 중 이를 실행했다면 분식회계가 승계를 위한 것이란 걸 인정하는 꼴이니 실행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어쩔 수 없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팔아서 삼성전자 지분을 살 수밖에 없었다고 핑계 댈 수 있다. 삼성생명법은 역설적으로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마지막 남은 퍼즐을 맞춰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된다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는 해소되나.
 
(기존 승계 시나리오대로 한다면 이 회장이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에 대해 10% 이상의 지분을 갖게 되니까 1990년대부터 불법 편법 논란으로 점철된 삼성의 승계 작업은 일차적으로 마무리된다. 다만 지주회사 논란이 남을 수 있다. 삼성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수 없는 이유는 그룹 안에 금융사와 산업자본이 동시에 있어서다. 금융지주회사는 산업자본을 지배할 수 없고,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사 지배에 제한이 있다. 또 다른 숙제라면 삼성생명이 지배권 유지 측면에서 중요성이 떨어졌을 때 금융계열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다. 이 회장이 금융계열사를 계속 경영할 의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게 아닌가. 
 
당장은 어려울 것이다. 앞서 말했듯 금융계열사 문제가 있다. 향후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구조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지배하는 건 문제 없다. 그런데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손자회사, 증손회사에 대한 지분율 규제가 생기기 때문에 앞으로 사업구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주사는 지배구조 투명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무조건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다. 삼성이 어떤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지에 따라 지주사 전환 여부도 결정될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2015년 12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 법안소위 현황 및 일정 등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생명법이 처음 발의됐던 19대 국회 당시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8년 전 이 법이 논의조차 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삼성의 전방위 로비가 있었다. 그냥 로비 정도가 아니고 삼성그룹의 모든 임직원이 학연, 지연 등 모든 인연을 동원해 의원들을 만났다. 국회뿐 아니라 금융위 등 정부에도 전방위 로비를 한 건 사실이다. 당시만 해도 지배구조 핵심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도 안 이뤄진 상태였다. 그때 보험업법을 개정했으면 대책 없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니 결사반대한 것이다. 그 뒤론 제일모직-삼성물산이 합병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까지 했으니 삼성물산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의 길이 열렸다. 지금은 삼성이 삼성생명법을 결사 저지할 이유가 없다.
 
-이번에도 삼성 측이 전방위 로비를 할 가능성은 없나. 
 
삼성생명법이 통과될 시점에 법인세 관련 로비를 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생명은 20조원 이상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면서 매각차익에 대한 세금 수조원을 내야 한다. 삼성물산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를 매각하면 25조원가량의 매각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각차익에 대한 세금까지 문제 삼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이 회장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21대 국회에서 삼성생명법이 통과될까. 의구심이 적지 않다.
 
최근 논의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내년부터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면서 신지급여력제도도 동시에 시행된다. 국제회계기준상 보험사 자산만 특별히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건 맞지 않아서 시가로 바꿀 필요성이 생겨났다. 과거와 달리 금융위도 삼성생명법을 강하게 반대하긴 어렵다. 삼성도 찬성은 아니지만 강하게 반대 로비를 하진 않는다. 이번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처리될 가능성이 상당 부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관련 8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생명법 통과 이후 삼성그룹에 남은 숙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 회장은 이를 계기로 수십 년간 자신을 짓눌러왔던 승계 문제를 털고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 관련 비전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지배구조 변화 사인도 내놔야 한다. 지금 삼성전자는 상당한 위기다. 가전 분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사실상 LG에 밀렸다. 휴대전화 부분은 미국과 중국 사이 껴서 수명 연장만 할 뿐 재도약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반도체만 남는데, 메모리 반도체 하나로 삼성전자와 그룹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회장은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를 이야기하지만 이미 대만의 TSMC와의 기술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첨단 기술 분야는 한번 투자 시기를 놓치면 따라잡기 굉장히 어려운 특성이 있다. 그런 면에서 삼성전자가 실기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고 이건희 전 회장도 외환위기 직전부터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다각적으로 모색했지만 실패했다. 반도체, 휴대전화도 창업자 고 이병철 전 회장이 투자한 것이지 않나.
 
-선대가 남긴 유물을 청산하면 이 회장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는 건가.
 
삼성전자는 최근에도 뼈 아픈 일이 있었다.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금액인 10조원을 들여 미국의 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하고도 아무런 시너지 효과를 만들지 못했다. 사실상 실패한 M&A로 보인다. 이런 잘못된 선택을 해선 안 된다. 현실적으로 이 회장 외 삼성그룹의 경영을 맡을 사람은 없다. 본인의 역량을 발휘해 미래 먹거리 창출에 성공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삼성생명법으로 지배구조 문제를 털어버리는 게 필요하다.
 
대담=최신형 선임기자·정리=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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