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줄어들고 있다. 국정수행 지지도 폭락이 그 배경이다. 메시지 관리를 통해 바닥을 찍은 지지율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지만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최근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달라지고 있다. 길이도 짧아지고, 정제된 모범 답안을 내놓는 형태로 바뀌었다.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세가 본격화된 후부터 부쩍 메시지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도어스테핑 때 질문을 두개씩만 받기 시작했다. 지난 18일에도 탈북어민 북송 사건에는 "원칙론 외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짧게 답했고,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에는 답을 아예 안했다.
19일에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접견하는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과의 의제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에 대한 질문을 받고 끝내려 했다. 그러다가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60% 넘게 나오는데 원인을 어떻게 보시나'라는 마지막 질문이 나오자, 가던 길을 멈추고 "원인은 언론이 잘 아시지 않느냐"면서 난감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윤 대통령은 "그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라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2주 전인 지난 4일 도어스테핑에서 데드크로스 질문을 받고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며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온도차다. 대내외적인 악재와 복합 변수에 따른 국정수행 지지도 하락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당시에도 각종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말하기를 좋아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얘기하거나 때때로 격앙된 어조로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면서 국정수행 지지율에 부정 영향을 끼쳤다는 게 대통령실 내부의 판단이다. 이에 윤 대통령이 이틀 동안 원론적 답변만 하는 메시지 관리에 들어갔으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 자리에서 답답한 심경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전면에서 빠지는 대신 그간 존재감이 없었던 홍보수석과 대변인 등이 앞에 나서면서 메시지를 관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최근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탈북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 윤석열정부 출범 처음으로 브리핑장에 나타나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역시 장관과 대변인단이 전면에서 나서서 지지율 방어에 나서달라는 뜻을 에둘러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장관만 보이고 대통령은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와도 좋다. '스타 장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잘 하든 못 하든 자주 언론에 나오라"면서 고 이건희 전 삼성회장을 언급하며 "이 회장 본인은 뒤로 물러서 있으면서 스타 CEO를 많이 배출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업가치를 키우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반등은 요원하다는 전망이다. 민생과는 거리가 먼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쟁점화하거나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에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연이은 사적 채용 논란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가운데 '곳간지기' 역할을 하는 총무비서관실에 현직 수사관들이 이례적으로 파견 근무 중인 것도 논란이 됐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검찰 시절 측근 인사로 알려진 주기환 전 광주시장 후보의 아들이 대통령실에 근무 중인 것으로 추가로 알려지면서 사적 채용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관계조차 왜곡한 악의적 프레임"이라며 "더 이상 이를 방치하지 않겠다"고 강경 대응 모드에 돌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직무대행 체제와 9급 공무원의 사적 채용 논란 등으로 재충돌하며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여당 내홍도 한몫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는 지적에 "그건 맞다고 생각한다"고 동감했다.
통상적으로 국정수행 지지도가 30% 이하로 떨어지면 공무원 사회가 복지부동하고 붕괴가 가속화한다는 게 정설이다. 윤석열정부가 국정동력을 취임 초부터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윤석열정부의 메시지 관리에도 국정수행 지지율 반등은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이 단순히 메시지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이 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메시지 관리에 들어가면 지지율이 2~3% 정도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지지율이 더 내려가지 않을 거란 의미는 있지만, 더 올라가는 것은 메시지 관리만으로는 안 된다. 국정운영의 동력을 끌어올 수 있는 수단을 계속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메시지 관리는 지지율 반등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 지지율 하락이 다중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며 "위기관리가 시작됐다고 보여지지만 현재 지지율 하락은 퍼펙트 스톰(총체적 위기) 현상이다"고 진단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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