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10일 양일 간 강릉에서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스생컨)가 열렸다. 스생컨은 지난 2년 간 열리지 않다가 올해는 140여 개 스타트업 기관에서 300여 명이 참석했다. 1세대 벤처 창업가들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AC), 대기업 벤처캐피털(CVC) 등 벤처투자자, 공공 기관, 대학의 주요 관련인사들이 참석하여, 국내 스타트업 관련 행사 중 단연코 가장 큰 규모의 네트워킹 행사라 할 만 하였다.
이번 행사에서는 글로벌 VC, 대기업 CVC, 스타트업 CVC 등 다양한 관점에서 스타트업 투자 현황과 이슈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 모든 세션이 잘 준비되었지만,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발표자는 하이퍼커넥트 안상일 대표였다. 안 대표는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국내파로 회사를 2021년 나스닥 상장사인 매치그룹에 2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매각하였다.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는 2014년 창업하여 영상 채팅앱인 아자르(Azar)를 서비스하였다.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매출과 이익이 났는데 일부러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썼다. 알토스 벤처스로부터 20억 원, 소프트뱅크로부터 100억 원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투자 받은 120억 원은 은행에 넣어두고 원금은 전혀 쓰지 않고 이자만 받아썼다. 안 대표는 투자금을 24개월 동안 버틸 수 있는 비상금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유명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유는 회사의 인지도, 신뢰도를 높여 인재를 확보하는데 유리해서라 했다.
안 대표가 제시한 아자르의 글로벌 성공 요인은 첫째 요인은 좋은 타이밍이었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같은 앱마켓이 성숙하는 시점에서 모바일 비디오 앱이 태동하였고, 앱마켓 랭킹 1위에 오르면서 전 세계에 서비스가 노출될 기회를 얻은 것이다.
둘째 요인은 뛰어난 엔지니어를 확보한 것이다. 주변에 가깝게 지낸 기술 인력들이 모두 국내파였으나, 전 세계 최초의 실시간 모바일 화상 통신 기술 실력자였던 것이다. 또한 아자르는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구축하였다. 스마트폰 화면에 상대방이 떴을 때 마음에 들면 곧바로 이야기를 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화면을 슬라이드하여 다음 상대방을 볼 수 있어 사용자들이 화상채팅 앱을 손쉽게 쓸 수 있었다.
셋째 요인으로는 안정적인 재무적 성장을 이뤘다는 것이다. 첫날부터 수익모델이 탑재되어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하는 고객은 곧바로 돈을 낼 수 있도록 사업을 구성하였다. 또한 유료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주목할 점은 처음부터 글로벌 확장을 고려하여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목표 시장이 되는 국가를 선정하였다는 것이다. 전 세계 국가 별로 1만 원씩 마케팅 프로그램을 집행하여 이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온 고객이 어느 나라에서 들어왔는지를 분석하여 해당 국가에 마케팅 예산을 집중적으로 집행하였다.
아자르 앱이 큰 인기를 끌자 미국의 매치 그룹에서 전용기를 타고 회사를 찾아왔다고 한다. 처음 안 대표는 매치 그룹이 경쟁사일 것이라 생각했으나, 투자를 유치하던 과정에서 회사를 인수하는 딜로 진전되었다. 팬데믹 상황에서 매각 협상을 진행하면서 매치그룹 사람들을 이메일이나 줌을 통해 화상 회의로 인수 딜이 진행되었고 실제 대면으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인수 딜이 모두 마감되고 나서야 몇 달 뒤에 처음으로 만났다. 이렇게 큰 딜을 100% 비대면으로 가능할지 기존 투자자들이나 어드바이저들 모두 우려했으나 아무 문제없이 진행이 되었다고 했다.
아자르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나온 아주 독특한 사례이다. 이색적으로 안 대표는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본인이 해외에서 투자 유치 발표를 할 때 원고를 모두 외워서 했다고 하면서 만일 영어를 더 잘했다면 회사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았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분명 하이퍼커넥트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새로운 엑시트의 새로운 이정표를 새웠다. 여러 실패를 통한 경험을 가지고 창업한 안 대표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안 대표는 본인의 경영 철학이 “사업은 실패해도 경영에선 실패하지 않는다”라 하였는데 그의 말대로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우리 스타트업의 성공적 미래를 기원해 본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 회장·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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