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원칙을 우직하게 지켜온 성과라고 보여집니다. 고팍스만큼 구설수가 없었던 곳도 드물어요."
최근 원화마켓 변경 신고 수리를 마친 고팍스에 대한 업계의 최근 평가다. 고팍스가 이달말부터 본격 원화마켓 운영 재개에 나선다. 시중은행 실명계좌를 얻지 못해 운영을 중단한지 7개월만으로, 업계에선 그간 투명한 경영 기조가 실명계좌 물꼬를 틀 수 있었던 단초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준행 고팍스(스트리미) 대표. (사진=스트리미)
고팍스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다음으로 5대 실명계좌 획득 거래소에 이름을 올리면서 향후 달라질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래량 측면에서는 4대 거래소 대비 큰 폭으로 밀려있는 상황이지만, 고팍스는 특유의 윤리경영을 무기로 올해는 수익성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1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은 고팍스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 결과 고팍스의 원화마켓 변경신고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고팍스는 오는 28일 오후 2시30분부터 원화마켓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고팍스는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게 된 첫번째 거래소로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금법이 시행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2018년부터 이어진 4대 거래소 체제가 공고해졌고,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을 전면 중단하면서 코인마켓으로 전환된 거래소들은 거래량 급감이라는 직격타를 맞았다. 특금법 이전 5위권 내 수준의 거래량을 보여왔던 고팍스는 은행 실명계좌 확보에 실패하면서 거래량이 많게는 90% 가량 빠지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올해 고팍스의 주요 과제는 원화마켓 시스템 가동을 토대로 한 거래량 회복과 장기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전북은행과 협업 시너지를 최대로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준행 고팍스(스트리미) 대표. (사진=스트리미)
고팍스는 느리더라도 원칙을 준수해 안전한 투자·거래환경을 구축하는 일에 좀더 초점을 두고 있다. 그간 고팍스의 행보를 보면 거래소 자체 인프라 고도화와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확대를 우선시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고팍스는 보안성과 안전성 구축 면에 있어서는 경쟁사 대비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편이다. 2018년 11월 국내 거래소 최초로 정보보호품질경영(ISO/IEC 27001) 인증을 취득한 데 이어 그해 12월에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 중 처음으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취득했다. 또한 매년 정보보호 자율공시를 진행해 정보보호 투자 내역과 인력 구성 등 관련 활동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
이러한 원칙들을 지켜온 덕분에 국내 최초로 제 1금융권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외에 해킹사고 없는 우수한 보안성, 투명한 상장정책 운영 등으로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평가기관 크립토컴페어로부터 국내 최고 등급을 부여받기도 했다. 별도 상장비도 받지 않고 있다. 통상 거래소 규모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암호화폐 상장수를 따지기도 하는데 오히려 고팍스는 외부위원까지 두고 심의 절차하는 등 상장 절차가 엄격해 상장된 암호화폐 갯수가 많지 않다. 현재 고팍스에 등재된 암호화폐는 80여개 수준이다.
고팍스의 보안성과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경영 철학은 유수 기업 고객들의 러브콜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고팍스는 지난해 암호화폐 업계 큰 손이라 불리는 미국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K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번 투자에서 고팍스는 3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이중훈 전 메리츠증권 파생본부장(상무)를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부대표로 영입했다. 이중훈 부대표는 메리츠증권을 국내 최고 파생상품 강자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 인물로, 이 대표와 하버드 동문이다.
고팍스의 캐시카우 중 하나인 '고파이'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서비스 확대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출시 2년차를 맞는 고파이의 누적 거래액은 2조원을 돌파했고 상시적으로 예치된 금액은 5300억원 규모다.
법인 고객 확대를 위한 포트폴리오도 짜고 있는 중이다. 이 대표는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늘려 장기적으로는 법인 계좌 개설까지 준비해나간다는 방침을 전한 바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정책 기조가 까다로운 법인 고객과 잘 맞아떨어지는 만큼 향후 기관 등 법인 이용자들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고파이 서비스 역시 법인 이용자와 시너지를 발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의 경우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고팍스가 내세우는 NFT 사업은 대형 플랫폼과 협업 관계를 구축하기보다는 NFT에 특화된 중소업체들을 발굴해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추진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부 규제에 맞춰 준비해왔으니 실명계좌 확보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이준행 대표는 암호화폐 산업 성장에 관심이 많고 인맥풀도 넓은데 이 점도 향후 신규 투자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5대 거래소에 올라있지만 누굴 따라잡겠다는 조급한 마음을 가지기보단 보안성과 신뢰성에 기반한 기존의 보수적 경영 기조를 유지해나갈 예정"이라며 "투명한 암호화폐 시장 조성을 토대로 전북은행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시너지를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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