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쿠팡이 직원들을 동원해 자사 브랜드(PB) 상품에만 높은 평점을 주는 리뷰를 작성하는 등 자사 제품을 우대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 6곳은 쿠팡의 이러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15일 신고했다. 지난해에도 검색 알고리즘 조작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은 가운데 이번에는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향후 조사에 나설 공정위의 행보가 주목된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쿠팡 PB 제품 리뷰 조작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쿠팡과 자회사 씨피엘비(CPLB)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시점인 지난해 7월경부터 PB 상품에 대해 소속 직원들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은 채 조직적으로 해당 상품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도록 했다. 단체가 문제삼은 PB상품은 2020년 7월부터 씨피엘비가 출시한 곰곰(식품), 코멧(생활용품), 탐사(반려식품), 캐럿(의류), 홈플래닛(가전) 등 16개 브랜드의 4200여개 제품이다. 단체는 "검색순위 조작이 어려워지자 이제는 자회사 직원들을 동원한 리뷰 조작을 통해 PB 상품의 노출순위가 상승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부터는 기존에 표시하던 ‘쿠팡 또는 계열회사 직원이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라는 문구 및 ‘쿠팡체험단이 작성한 후기’라는 표시조차 하지 않은 채 소비자를 가장한 직원들을 동원해 허위 리뷰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쿠팡의 이러한 의혹이 거짓·과장 내지 기만적인 표시·광고 등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판단하며, 쿠팡과 씨피엘비 등을 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신고서에는 의심 정황들이 세세하게 나열돼있다.
그중 쿠팡 직원으로 추정되는 윤모씨는 올해 1월부터 3월초까지 31개의 PB상품을 구매했으며, 모두 5점 만점이었다. 첫 구매에 좋은 평을 남긴 윤씨는 후기 작성후 일주일만에 동일한 제품인 티타늄 식칼을 재구매했고, 올해 초 한달여간 무려 5회에 걸쳐 600매의 마스크를 구매했고, 비슷한 시기 38일간 고양이 배변용 모래 210리터를 구매하고 후기를 남기는 이례적인 구매 행태를 보였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쿠팡 PB 제품 리뷰 조작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호현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은 "PB상품들에서 베스트 리뷰어들을 한번 클릭해보면 쿠팡 주식회사, 쿠팡 글로벌 외 다른 회사 제품을 사서 구매평을 남긴 사례를 찾기 어렵다"면서 "직원들을 동원해서 작성했다는 정황은 진술로 확보해놓았으며, 심지어 상품을 받고 쓴 리뷰인데도 실사용 후기처럼 썼던 리뷰들도 발견했다. 이는 거짓 과장 및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권 변호사는 이어 "빠른 배송과 구매가 쉽다는 점은 쿠팡이 잘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중소기업들의 기술이나 영업 노하우가 담긴 상품을 탈취해 PB상품을 만들고 상품 검색 1등의 자리에 오르면 추후 가격을 높이기도 한다. 이는 아마존에서 과거 했던 행태를 그대로 따라한 게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유통 대기업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자사 PB상품의 우수성을 과대 포장하고 리뷰를 왜곡한 범죄행위"라며 "소비자 대다수가 구매전 이용후기를 확인하는데,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에 다름없다. 공정위가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단체는 쿠팡뿐 아니라 다른 플랫폼업체들에서 비슷한 문제점이 재발하지 않도록 온라인플랫폼 규제법과 같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쿠팡 사례는 심판이 직접 경기에 뛰는 것도 모자라 경기 규칙을 자신에 맞게 바꾸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이용 사업자들이 심혈을 기울여만든 제품을 자신의 PB상품으로 만들고, 자사 직원들까지 동원하는 행태는 시장 경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경쟁사업자가 거래 못하게 하는 배타 조건부거래, 타 쇼핑몰 입점 방해 등 다양한 불공정행위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제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안인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한차례 논의 이후 진척이 없고 새정부 출범에 원점 재검토 우려도 나온다"며 "이번 쿠팡 사태를 계기로 해당 법안이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입법화되도록 국회도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쿠팡은 이날 시민단체가 제기한 '조직적 후기 조작' 의혹에 대해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모든 상품평의 99.9%는 구매 고객이 작성한 것으로, 직원이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쿠팡 관계자는 "참여연대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쿠팡에 대한 허위 주장을 해오고 있다"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허위주장을 하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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