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정책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취득원가 산정 및 증빙 과정이 어려운 데다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도 세금이 부과될 수 있어 가상자산 개념 정립부터 제대로 잡고 부과해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와 함께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3일 민주당의 정책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와 함께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출처/민주연구원 유튜브
이날 참가한 전문가들 다수는 정부의 과세정책에 대한 설계부터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가상자산은 주식과 비슷한 특성이 많은데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려는 조치도 모순적이라고 봤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현재는 화폐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가상화폐보단 가상통화가 더 명확한 표현"이라면서 "이 가상통화를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는데 실상은 무형자산에 속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비트코인의 자산성이 인정된다는 전제하에 그 가치변동의 모습을 본다면 주식과 같은 성격의 금융자산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이 무형자산에 속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는 이유는 국내 소득세법에서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이유가 무형자산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라며 "무형자산을 전제로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다보니 양도차손으로 인한 이월결손금을 이월공제 해줄 수도 없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어 "비트코인의 자산성을 인정하면서도 차익에 대한 부분은 과세, 차손에 대한 결손금의 이월공제는 허용하지 않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비트코인을 신종금융자산으로 보는 일반회계기준(GAAP)이 새로 제정돼야 하고 이를 전제로 우리 세법도 주식의 거래소득처럼 금융투자소득으로 본다면 과세방법도 주식과 같은 정도의 금액을 공제해주고 이월결손금도 반영되는 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사진/픽사베이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 역시 현행 가상자산 과세안이 적용되기에 앞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주식처럼 구체화된 사례를 검토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해외거래소와 국내거래소 간 교차거래 사례를 예로 들면, 이체 과정에서 딜레이가 발생해 가격 하락 등의 손실을 입을 수 있는데 현행 선입선출법 과세로 적용하면 당해연도의 손익통산만 허용, 세금이 부과돼 실질과세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유사한 형태의 주식에서는 5000만원까지의 기본 공제와 함께 5년간의 손실액의 이월공제가 가능한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에어드롭, 커스터디, 스테이킹 보상이나 플랫폼 활동의 대가로 받는 리워드 토큰 등은 취득원가 산정 및 증빙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현행법 적용시 0원으로 보게 되는데, 이에 대한 검토도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국세청이 가상자산의 기본적 속성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의 일종으로 적용해 당장의 피해 발생을 최소화해야한다"고 부연했다.
학계에서도 과세조치에 앞서 가상자산의 기술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세부적인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은 "국내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생태계도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과세부터 하려고 하는 것은 해외에서 만들어진 코인과 토큰으로부터 세수를 징수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설명하는 과정도 없었다. 과세를 유예한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공을 들여 연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성원 핀테크 산업협회 사무처장은 "금융투자소득과 형평성이 필요하며, 다르게 적용하면 풍선효과가 이뤄져서 가상자산 거래소가 음지화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가상자산 업권법이 당장 시행되기 어렵다면 전자금융거래법 내에서 소화할 수도 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통한 핀테크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호 없는 과세는 있을 수 없다"면서 "그동안 거래소가 제멋대로 가상자산을 상장하고 폐지 시킬 때, 세력들이 투자자를 비웃으며 시세조작을 할 때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정부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안정, 산업 육성보호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 의원이 발표한 민주연구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암호화폐 과세 유예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연구원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ON으로 생중계됐고 실시간 동시접속자는 5000명을 돌파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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