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정치검찰 공무원의 선택적 정의’와 ‘중산의 이리’가 주는 교훈

작성자 : 휴헌 간호윤 작성일 : 2025.11.25
조회수 : 451 댓글수 :1

‘[일부] 정치검찰 공무원의 선택적 정의’와 ‘중산의 이리’가 주는 교훈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12.3 내란’ 참 끈질기고 집요하다. 춘추시대 말기, 진(晉)나라의 대부이자 정치인 조간자(趙簡子)가 중산(中山)에서 사냥을 했다. 그때 이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조간자가 활을 쏘니 이리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조간자는 수레를 몰아 뒤쫓았다.

그때 묵가(墨家,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겸애사상을 지닌 학자)인 동곽선생(東郭先生)이 책을 든 자루를 지고 중산으로 가던 길이었다. 이를 본 이리가 다급히 달려와 애절히 말했다. “선생, 선생은 세상을 구제하려는 뜻이 있지 않습니까. 옛날 사람은 거북과 뱀을 살려 큰 보답을 받았는데, 이리인 나를 살려주면 더 큰 은혜로 갚겠습니다. 잠시 자루 속에 숨겨주십시오.” 동곽선생은 묵가의 ‘겸애사상’에 따라 이리를 자루 속에 숨겼다.

곧 조간자가 이리를 찾아왔다. 이리를 숨긴 동곽선생은 위협을 받았지만, 지혜롭게 말을 돌려 조간자를 설득해 무사히 지나가게 했다. 그러나 조간자가 떠나자 이리는 자루 속에서 나와 은혜를 갚기는커녕 “배가 고프니 당신을 잡아먹겠다”고 달려들었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명나라 마중석(馬中錫, 1466~1512)의 <중산랑전(中山狼傳)>이다.

작금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일부] 검찰 공무원의 집단 항명은 이 이야기와 꼭 들어맞는다. 내란을 도운 것이 바로 그 검찰이다. 권력 앞에서는 단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시녀 노릇을 하면서, 국민 앞에서는 광패한 행태를 마음대로 부렸다. 그러나 국민은 ‘민주공화국’을 ‘검찰공화국’으로 만든 저들을 엄하게 다스리지 못하고, 다만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신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정도로 은혜를 베풀었다. 그런데 그 은혜 받음이 며칠이나 되었다고, 공무원이 집단행동을 하며 패려(悖戾, 도리에 어긋나고 사나운)한 행태를 보이는가.

 

유튜브 JTV뉴스 화면 갈무리
유튜브 JTV뉴스 화면 갈무리

 

다시 <중산랑전>으로 들어간다. 동곽선생은 꾀를 내어 “세상일이 의심스러우면 반드시 세 노인에게 물어야 한다 하였으니 이를 따르자” 한다. 먼저 늙은 살구나무에게 물으니, “나는 평생 사람에게 이익을 주었지만 늙자 땔감으로 팔려나갔다”하고 다음에는 늙은 암소에게 물으니, “나는 평생 농부를 위해 일했지만 늙자 도살당할 운명이다”라며, “동곽선생도 이리에게 먹히는 것이 옳다”라 했다. 이리는 선생을 잡아먹으려 했지만, 한 번 더 남았다 하여 겨우 위기를 모면한다.

마지막으로 한, 덕 있는 노인을 만나 사정을 말하자, 노인은 이렇게 꾸짖었다. “은혜를 배신하는 것은 가장 큰 악행이다. 이리는 은혜를 저버렸으니 죽어 마땅하다.” 이리가 궤변을 늘어놓으며 억울하다고 하자, 노인은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라며 자루에 들어가 보라 했다. 선생이 이리가 들어간 자루를 다시 묶자, 노인은 비수를 꺼내 “이리를 죽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생이 우물쭈물 망설이자 노인은 이렇게 꾸짖었다.

“짐승이 은혜를 저버리기를 이처럼 하는데도, 그대는 차마 죽이지 못하는가. 그대가 참으로 어진 사람임은 맞지만, 어리석음 또한 심하도다! 우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거나, 옷을 벗어 친구를 살리는 것은 그 상황에서 이익이 되는 일이니 옳다 하겠지만, 스스로 죽을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야 어찌하겠는가? 그대는 지금 이와 같은 경우가 아닌가?”라며, “어진 마음이 지나쳐 어리석음에 빠지는 것은 진실로 군자가 동의하지 말아야 할 걸세(仁陷於愚 固君子之所不與也)”라 통박하고 함께 이리를 죽여 버렸다.

지나친 어짊은 오히려 어리석음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후 ‘중산의 이리’는 은혜를 배신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한국의 ‘검찰[사법부 포함]개혁’은 언제나 제도보다 사람의 덕목에 기대어 왔다. ‘정의로운 법관’, ‘정의로운 법 집행’을 믿으며 권력의 본질적 구조는 그대로 두었다. 그 결과 개혁은 여러 차례 시도되었지만, 매번 자루 속의 이리를 꺼내놓은 꼴이 되었다. 살아난 이리는 다시 송곳니를 드러냈고, 개혁의 주체를 물어뜯었다. 은혜를 배신한 자를 거듭 용서하는 사회는, 결국 살려준 이리의 먹잇감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의 역사가 증명한다. 12.3 내란을 겪고도 ‘중산의 이리’를 풀어놓아 또다시 ‘검찰공화국’을 받들려는가?

 

글┃간호윤(인하대학교 프런티어창의대학 초빙교수)

간호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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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토마토아니모 2025.11.26
옳은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