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줄고 막힌 대출에 전세시장 '비상'
규제 강화에 시장 '들썩'…실수요자 부담 가중
2024-09-09 16:18:11 2024-09-09 18:16:13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가을 이사철 시즌이 본격 도래한 가운데 전세 매물은 줄고 대출 문턱이 높아져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파트로 넘어온 비아파트 전세 수요로 전셋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데다, 높아진 전세가로 매매에 뛰어드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첫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5% 오르며 6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상승 폭은 전주(0.17%)보다 축소됐습니다. 구별로 보면 성동구의 상승률이 0.38%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0.24%), 영등포구(0.22%), 광진구(0.21%), 노원구(0.19%), 용산구(0.18%), 강서구(0.18%)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지난달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42.9로, 지난 2021년 10월(162.2) 이후 가장 높습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보다 크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해 8월 100을 넘긴 이후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전세 수요는 높지만 은행권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옥죄기에 나서며 전세금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대출 규제가 시장을 자극해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KB국민·우리·신한은행,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이 1주택자 대출 규제 발표했습니다. 다만 은행별로 결혼이나 상속등의 경우 예외 요건이 있어 실수요자들은 이를 자세히 봐야 하죠. 
 
이달 초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적용돼 소득이 적은 분양자들은 대출 한도가 줄어든 데다 일부 시중은행은 분양 대금을 완납한 주택에 대해서만 신규 전세대출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일부 수분양자들과 조합원들도 대출 규제로 잔금을 치르기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전세 품귀 현상 심화…'전세의 월세화'도 가속도
 
대출규제로 전세 거래가 줄면 무주택자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밀려나며 주거비 가중이 예상됩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16.0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오름폭도 지난 6월 113.64에서 7월 114.74로 가팔라지는 추세입니다. 
 
월세 가격은 주거 선호도가 높은 주요 대단지 아파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 전용 84㎡의 월세 시세(보증금 2억원·KB부동산)는 지난해 8월 293만~330만원에서 지난달 337만~370만원으로 1년 새 12.1% 상승했습니다. 서울 중구 남산타운 아파트 전용 84㎡의 월세(보증금 5000만원)는 지난해 8월 195만~215만원에서 지난달 240만~265만원으로 23.3% 급등했습니다. 
 
수요는 많지만 공급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상 물량은 2만4659가구로 지난해 3만2775가구보다 24.8%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내년은 올해와 비슷한 2만5710가구, 2026년은 크게 줄어 올해의 3분에 1에도 미치지 못하는 7145가구로 예상됐습니다. 
 
아파트 전세가격과 임대료가 오르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 집 마련'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에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한 무주택자는 4797명에 달하며, 이는 전월 대비 20.8%,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증가세는 특히 30대의 생애 첫 주택 구입에서 두드러졌는데요. 30대의 생애 첫 부동산 매입자는 230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5% 늘었습니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평년보다 전세 매물이 많지 않고 수도권의 아파트 입주량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전세 가격 오름세는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모든 걸 전세대출로 해결했는데 대출 총액이 줄어들거나 나오지 않는 경우 월세나 보증부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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