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회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 최저임금 보장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노동에 대한 지휘나 구속력은 있지만 일반 근로자와 임금부터 휴가, 보험료까지 차별되는 직업군이 있습니다. 바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입니다. 사용자의 근로 감독과 통제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근로자 수준의 처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인데요.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대판 계급사회란 비판도 내놓고 있습니다.
노동계에선 노동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법원에서도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볼 것이냐를 두고 엇갈리는 판결이 나오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명확한 규정 등 법적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최저임금' 배제
'플랫폼 노동자'는 앱이나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고용형태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는 택배·배달기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교사 등인데요. 디지털 산업의 발달로 최근 종사자 숫자가 크게 늘면서 이들의 근무환경과 임금 등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플랫폼 노동자들은 늘어나고 있으나 실질적인 노동자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불어 올해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영계의 거센 반발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 논의는 진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경영계는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면 법적 규제가 심해져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취임위)에서 플랫폼 노동자에 최저임금을 적용할 것을 주장했는데요. 이는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해 이들이 추후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기초로 마련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최임위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불발되면서 임금부터 휴가, 보험료 등에 대한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게 됐습니다.
지난해 5월 배달라이더 노동조합이 처우 개선을 촉구하며 연쇄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법원도 '오락가락'…시장선 혼란만 '가중'
이처럼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볼 것이냐를 두고 법원의 판결도 오락가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대법원이 '타다' 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했지만, 반면 음식 배달기사(배달라이더)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요. 여기에 미성년자 배달라이더는 근로자성을 일부 인정해 혼란이 가중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는 지난 7월 12일 배달라이더 A씨와 A씨가 소속된 라이더 노동조합이 배달플랫폼 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B사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A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만큼 부당해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때 재판부는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라이더가 어떤 배달 주문을 수행할지, 어떤 경로를 이용할지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회사가 라이더 A씨를 지휘·감독했다고 볼 수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재판부가 중요하게 본 것은 '전속성'과 '자율성' 부분입니다.
반면 같은 일을 했던 미성년자의 경우 근로자성을 일부 인정한 판결도 있는데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는 2023년 7월 야간 배달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등학생 A군에 대해 "A군과 배달대행 업체는 근로계약 관계가 맺어졌다고 보는 게 적합하다"며 배달대행업체가 부모에게 약 40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여기에 노동계는 최근 대법원에서 '타다' 판결과 상충된다며 반발에 나섰습니다. 앞서 지난 7월 25일 대법원은 운송플랫폼 타다 소속 운전기사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 판결마저 혼선을 빚으면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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