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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행 고팍스 대표, 등기이사직 사임…"사실상 대표직 손 뗀 것"
FIU 대표 변경 신고는 아직…업계, 인수 이후 향방 예의주시
2023-02-07 18:00:16 2023-02-07 18:05:45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고팍스 창업자인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가 사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습니다. 최근 세계 1위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인수설이 급부상한 가운데, 고팍스 측은 고파이 미지급금 해결이 우선이라며 현재 인수 논의에 대해선 함구했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선 대표이사직도 조만간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준행 고팍스 대표.
 
7일 고팍스는 이준행 고팍스(스트리미) 대표가 최근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고 밝혔습니다. 고팍스 관계자는 "등기이사직만 사임했고, 경영체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지분율에 대해선 전해들은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일부 매체에선 고팍스 이준행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41.22%를 전부 처분하고 대표직에서 사임하고, 이 자리에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한 인물이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현재까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표 변경과 관련해 금융정보분석원(FIU) 변경신고도 아직까진 진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업계에선 등기이사직 사임은 사실상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등기이사에 빠졌다는 것은 더 이상 대표이사는 아니다"라며 "대표이사는 이사회 멤버인 이사 중에서 선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표이사직을 유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고팍스는 지난 3일 바이낸스로부터 '산업회복기금(IRI)'를 지급받는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 기금 투입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고팍스 측은 이번 투자유치금을 가상자산 예치서비스 고파이 원리금 지급에 쓴다는 방침입니다. 고팍스는 지난해 11월 FTX 파산 여파에 따른 고파이 운용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의 인출 중단 사태로 서비스 원리금 지급이 중단돼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고파이에 묶인 가상자산 원화 환산액은 600억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고팍스 인수설과 관련해 업계가 주시하는 부분은 두가지입니다. 바이낸스가 인수할 경우 이준행 대표가 경영에서 손 뗄 가능성, 기존 실명확인 계좌 제휴를 맺은 전북은행과의 관계 변화 가능성 등입니다. 
 
그동안 바이낸스는 이준행 대표의 지분(41.22%)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왔고 최근에도 다른 고팍스 주주들로부터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낸스 입장에서 가장 걸리는 부분은 금융당국의 규제입니다. 앞서 바이낸스는 2020년 바이낸스코리아를 설립하며 한국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2021년 9월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규제 준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고팍스 인수가 성사돼 이준행 대표의 경영권까지 가져가게 되면 다시금 규제 부담이 커지게 되는 만큼 대표 지분 인수와 관련해 고민이 큰 것으로 관측됩니다. 
 
업계에선 인수 직후보다는 고파이 등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부터 지분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고팍스 측은 고파이 예치 자산의 출금을 재개하기 위한 모든 절차는 통상적인 행정절차 소요기간을 감안 시 올해 3월 말 경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지분을 넘기고 이준행 대표가 사임하는 조건으로 합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대표자 변경이 추후에 이뤄지면 고팍스와 협업한 전북은행이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렇게 되면 고팍스는 신규 실명계좌를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 부담이 작용해 은행들로부터 실명계좌를 받는 일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북은행이 고팍스와 제휴했지만 예상보다 수익실현이 잘 되지 않아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며 "바이낸스가 인수하게 되면 금융당국 규제 수위가 더 세질 것을 우려해 해지를 하고 싶어할 수 있다. 고팍스 내부 임원 일부는 회사를 관두는 등 분위기도 혼란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바이낸스가 전북은행 실명계좌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게 사전에 인수 계약 조건으로 내걸었을 가능성도 있기에 해지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도 말합니다. 고팍스는 지난해 8월 전북은행과 실명인증 계좌와 관련한 2년 재계약을 마무리한 상태입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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