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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적부심 부담됐나…검찰, 서훈 전 실장 '꼼수' 기소
'최종결정권자' 서 전 실장 구속기간 연장 없이 '기습 기소'
구속기간 최장 20일…기소 후 보석 청구하려면 해 넘겨야
'허위보도자료 배포' 혐의 먼저 기소…'첩보삭제'는 추가수사
변호인단 "적부심 석방 우려한 당당치 못한 처사 매우 유감"
2022-12-09 19:55:14 2022-12-09 20:06:28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훈(68)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구속기소했다. 구속 6일 만이다. 서 전 실장 측이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구속적부심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기습적인 기소라는 비판과 함께 구속적부심의 부담을 피하고 사실상 구속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9일 서 전 실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죄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2022년 9월23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뒤 시신이 소각된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대응 조치를 하지 않고 합동참모부 관계자들과 김홍희 당시 해양경찰청장에게 은폐를 위한 보안유지 조치를 할 것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피격 사망사실을 숨긴 상태에서 해경에게 실종된 이씨를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하고, 이씨가 월북하다가 숨진 것처럼 조작하기 위해 국방부와 해경에게 허위 보고서와 발표자료 등을 작성·배부한 혐의와 정부차원의 단일한 대응을 위해 국가안보실에서 '자진월북'으로 정리한 허위자료를 작성해 재외공관과 관련부처에 배부한 혐의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상황은 북한의 도발 내지 이에 준하는 비상상황으로 군과 해경에서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면서 "피격 및 시신소각 사실이 알려질 경우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를 숨기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관계자는 "국가안보실은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을 지휘해 피격 공무원이 실종-재발견-사망-소각되는 과정과 이와 관련된 군과 해경의 대응과 조치, 국민들에게 피격 공무원이 월북했다는 취지로 발표한 데 대해 핵심 역할을 했다"면서 "서 전 실장이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국방부와 해경 등의 업무수행에 있어 최종 결정권자이자 최종 책임자"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서 전 실장을 1차 구속기간(10일)이 만료되기도 전에 전격 기소한 것은 석연찮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공소장에 서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허위 보고서와 발표자료 등을 작성·배부했다고 적시한 김 전 청장과 서욱 전 국방부장관만 해도 구속기간을 연장해 수사를 이어갔다.
 
게다가 서 전 실장은 "국가안보와 관련한 급박한 상황에서 수집된 첩보를 토대로 '정책적 판단'을 했을 뿐"이라면서 "월북 몰이와 은폐 시도 지시는 전혀 없었고, 근거 없이 이 사건을 월북으로 몰아간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실익도 없다"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지난 3일 구속된 이후 구속적부심을 심각하게 검토해왔다. 서 전 실장 변호인단은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과 함께 앞서 부정맥 증상 등 서 전 실장의 건강상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김 전 청장과 서 전 장관이 기소 직전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예도 있다. 
 
따라서 검찰로서는 서 전 실장의 구속적부심 청구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법원이 서 전 실장의 청구를 받아들인다면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이어 이번 사건 피의자가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다. 당연히 무리한 구속수사를 고집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검찰이 서 전 실장의 수사단계상에서의 석방을 피하기 위해 구속상태에서 기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형사소송규칙상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면 법원은 3일 내에 심리를 열어 24시간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피고인 신분에서 청구하는 보석은 다르다. 기소 후 재판부가 배당되고 공판준비기일을 열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지금이 연말인 상황 등을 고려하면 서 전 실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한 공판준비 기일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서 전 실장의 구속상태는 유지된다. 검찰로서는 최장 구속기간 20일 이상의 시간을 벌게 된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복수의 변호사들은 "검찰로서는 '묘수', 서 전 실장 입장에서는 '꼼수'"라고 평가했다.
 
이날 검찰은 서 전 실장의 또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 관계부처에 피격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서 전 장관 또한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혐의에 대해 서 전 실장과 서 전 장관을 추가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검찰은 서 전 실장의 구속상태를 유지하면서 이 부분 수사에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서 전 실장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서 전 실장에 대한 전격기소는 적부심 석방을 우려한 당당하지 못한 처사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에서 공범으로 적시된 서 전 장관은 기소에서 제외됐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조사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진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호인들은 이 사건의 공판과정에서 보석 등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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