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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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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인터뷰)‘어른들은 몰라요’가 진짜 몰랐던 ‘어른’ 안희연과 하니

홀로 떠난 ‘그리스 여행’, 감독으로부터 SNS DM으로 출연 제의

2021-04-1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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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이돌 출신 가수들의 연기자 전환 공식이 사실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통상적 코스는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구분하지 않는다면 실패 확률이 적은 로맨틱 멜로 장르의 조연급 출연이 일반적이다. 가장 안전한 방식이다. 하지만 안희연이 선택한 코스는 의외를 넘어 기이했다. 안희연이란 이름보단 걸그룹 EXID 멤버 하니란 이름이 사실 대중들에겐 더 익숙할지 모른다. 그가 출연을 결정하고 개봉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파격 중의 파격으로 정평 나 있고 또 그 만큼의 작품성도 인정 받았던 영화 박화영스핀오프 스토리에 해당한다. 감독 역시 박화영이환 감독이 맡았다. 안희연은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가출 소녀로 출연한다. 입에 욕을 달고 살며 줄담배를 피운다. 역주행 신화 위아래주인공으로 전 국민 섹시 스타로 이름을 떨친 그가 이런 파격을 연기 첫 걸음으로 선택한 것 자체가 파격을 넘어 기이한 현상이라고 부르는 게 무리는 아닌 이유다. 굳이 따지자면 안희연은 사실 연기 전업 생각도 딱히 없었단다. ‘어른들은 몰라요가 그를 사로 잡은 이유가 궁금했다.
 
배우 안희연. 사진/리틀빅픽처스
 
안희연도 올해 29, ‘어른이란 범주에 충분히 들어갈 나이다. 그가 어른들은 몰라요란 제목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리고 10대 가출 소녀로 등장한다. 실제 나이에서 최소한 10년 이상은 시간을 거꾸로 돌린 셈이다. 쑥스럽고 또 쑥스럽단다. 하지만 진짜 출연 결정 직전까지 고민스러웠던 점은 자신도 몰라요가 될 지 모른단 점이었다고. 영화 속 인물들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됐단다.
 
이유는 그냥 너무 간단해요(웃음).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도대체 왜 쟤들이 저러는 거지싶었어요. 나도 어른이라서 이해가 안 되는 건가 싶기도 했고요. 친절한 영화는 아니잖아요. 첫 번째는 주인공 세진입장에서 읽었고, 두 번째가 제가 연기한 주영입장에서 읽었죠. 둘이 만 난지 하루 밖에 안된 사이인데 이렇게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이유가 뭘까. 그걸 고민하면서 주영을 만들어 갔어요.”
 
배우 안희연. 사진/리틀빅픽처스
 
인터뷰 당시에도 안희연은 어른들은 몰라요를 떠올리면 기억이 새록새록 다시 샘솟는다며 웃었다. 그는 이해되지 못했던 주영과 세진의 관계,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점을 전했다. 촬영 전 이환 감독이 워크숍이라 불린 연기 연습 시간을 제공했다고. 그 안에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었던 주영의 감정을 하나 둘 쌓아가기 시작했단다.
 
전 연기를 정말 처음 하는 거잖아요. 두 세달 정도 촬영했었는데 그 전에 거의 한 달 가량을 매일 워크숍을 가서 연기 연습을 했어요. 그 연기 연습도 되게 이상한 걸 많이 했어요(웃음). 한 번은 감독님이 다른 남자 배우분과 제 앞을 막아서고 우릴 뚫고 가라며 몸싸움을 한 적도 있어요. 도대체 이걸 왜 하지? 싶었는데 나중에는 안되니깐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진짜 오기로 발악을 했는데. 그때 그 감정이 이게 주영인가싶었죠
 
배우 안희연. 사진/리틀빅픽처스
 
그 당시의 감정은 영화 속 주영이 모텔을 뛰쳐나와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 됐다. 그 장면에서 안희연은 우리가 알던 하니가 아닌 영화 속 주영의 눈빛으로 이글거렸다. 정말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요구하는 모습이었다. 그 장면을 찍었을 당시의 일화를 설명하면 선 안희연도 다시 한 번 울컥하는지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지기도 했다.
 
모텔에서 뛰어 나와서 사람들 잡고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었어요. 그게 거의 첫 촬영 이었을 거에요. 전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감정 잡히면 간다고 하시는데. 뭐가 감정이 잡히는지도 모르겠고. 나중에는 정말 너무 서러워서 실제 촬영 전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순간 그냥 촬영이 시작됐죠. 그래서 그 감정대로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하면서 배우 분들 붙잡고 도움을 요청하다 너무도 절박한 심정에서 결국 터진 게 ‘XX 도와달라고!!!’란 대사가 성공한 거에요(웃음)”
 
배우 안희연. 사진/리틀빅픽처스
 
어른들은 몰라요는 안희연이 연기한 주영의 앞선 대사처럼 워낙 강하게 쎈 장면이 연속된다. 그래서 사실 안희연도 출연이 망설여졌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특히 이 영화 출연을 제안 받았을 때 소속사도 없었고 또 국내에 있지도 않았단다. 이환 감독에게 SNS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출연 제안을 받았다며 웃는다. 영화 출연 제안으로는 너무도 파격적인 첫 만남이다.
 
인연이 되려면 이럴 수도 있나 싶긴 했어요(웃음). 사실 당시 제 앞날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어요. 실제로 그 정리의 여러 선택지 속에는 연예인 생활을 그만두는 것도 포함돼 있었어요. 그래서 몸과 마음을 좀 정리할 겸 그리스로 여행을 떠난 시기였어요. 그때 SNS DM으로 영화 박화영 감독이다. 시나리오 좀 읽어줄 수 있겠냐란 메시지를 받았죠. 읽어 보는 건 부담 없는데 제 주변 상황이 출연 여부를 결정하거나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어요.”
 
배우 안희연. 사진/리틀빅픽처스
 
사실 지금에서야 밝히지만 안희연은 이환 감독에게 출연을 거절했었단다. 시나리오에 담긴 내용도 너무 강했고, 자신이 소화할 자신도 없었다. 연기 경험도 없었다. 무엇보다 크랭크인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단다. 그리스 여행지에서 DM으로 갑작스럽게 출연 제안을 받았고,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환 감독은 안희연의 모든 요구를 들어줬다고.
 
전 정중하게 출연 거절 의사를 보냈는데 한국 와서 보자고 하시면서 스케줄까지 조정하셨어요. 저를 그 정도로 원하시니 저 스스로도 이거 해야 할 거 같은데싶었죠. 만나서 감독님과 얘기를 나눠보니 제가 설득됐죠(웃음). 감독님이 영화로 뭘 바꿔 보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꿈을 꿔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하셨어요. 그 말에 이 사람이 만드는 영화에 나도 속해 있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거죠.”
 
어른들은 몰라요촬영 이후 본격적인 연기 활동이 시작됐다. 작년 웹드라마엑스엑스’(XX),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러지 시리즈 ‘SF8-하얀 까마귀’,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아직 낫서른에 연이어 출연했다. ‘난 배우를 하겠다라고 계획을 하고 움직인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배우를 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단다.
 
배우 안희연. 사진/리틀빅픽처스
 
전 개인적으로 뭘 계획하고 움직이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서 어른들은 몰라요도 겁도 없이 선택한 것 같고. 그 이후 작품들도 용기를 얻어서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멀리 있는 목표를 보고 열심히 달리만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어느 순간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지금은 좀 여유를 갖고 내가 해보고 싶은 일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하면서 하나 둘 계단을 밟아 올라가보려고 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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