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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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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또 다시 교묘하게 나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022-07-11 07:02

조회수 : 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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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라도 많이 등장하고 많이 나오고 많이 접할 기회가 있어야 일상화가 된다. 그래, 동의한다.
 
그런데 말이다. 하지만 말이다.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다른 형태의 콘텐츠들은 기본적으로 판타지가 전제다. 아무리 현실을 기반으로 한 얘기라고 하지만 그건 현실이 아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다. 나도 봤다. 흥미로웠고 재미 있었다. 하지만 우려가 더 크다. 특히 3화를 보면서 더욱 더 그 우려가 컸다.
 
“80년 전만 해도 발달장애는 살 가치가 없던 존재 중 하나였다….지금도 의대생이 죽고 발달장애인이 산 것은 국가적 손실이란 댓글에 ‘좋아요’가 쏟아진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장애의 무게다.”
 
유해한 장애인과 무해한 장애인, 이 얘기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판타지의 세계에서 또 다른 여러 비장애인들에게 무해한 장애인으로서 존재할 기회와 가치를 얻은 우영우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난 아직도 이런 드라마와 이런 영화들이 여전히 교묘하게 나쁜 악의를 품고 있다 확신한다. 발달장애인을 떠나 소수자들의 얘기를 할 때 꼭 무조건 전제로 따라 나오는 강박적 편향. ‘너희가 너희 존재를 인정 받기 위해선 너희가 다수에게 무해하단 걸 증명해야 한다’란 것. 삶이란 게 살아간다는 게 누군가에게 증명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는 것인가. 그런 건가. 도대체 언제부터?
 
언제나 그랬다. 소수자들의 얘기, 우선 나와 관련된 발달장애에 대한 얘기를 할 때. 영화나 드라마가 그런 얘기를 할 때. 특별하고 또 특별한 소수자들의 소수자를 내세워 그들의 일반화를 전한단 어불성설이 자꾸만 반복되는 것에 사실 진절머리가 난다. 드라마란 판타지가 그럼에도 ‘발달장애’를 내세워 대중의 인식 변화를 노린단 점. 감사하다. 고맙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절머리가 난다. 같은 패턴 같은 방식 같은 노림수. ‘그들의 다름은 그들의 특별함’이란 얄팍한 작법.
 
“인간은 정말 오묘한 것 같다. 한 쪽이 퇴화되면 다른 한쪽이 특출 나게 발달되니 말이다. 엑스맨도 사실 그렇게 보면 발달장애인이잖아요.”
 
나와 인터뷰를 했던 한 연예인이 실제로 내 앞에서 한 말이다. 이게 비장애인들이 이런 콘텐츠를 통해 받아 들여지는 발달장애의 한계다. 비단 발달장애뿐만 이겠나. 모든 소수자에 대한 얘기에서도 통한다. 조각처럼 멋진 부잣집 게이, 사회 지도층 인사인 레즈비언, 천재 서번트 증후군 의사, 남자와 여자 모두의 심리를 꿰뚫는 트렌스젠더 독심술가. 그들은 언제나 항상 뭔가 그렇게 특별해야만 존재를 인정 받는다. 
 
유해함과 무해함의 경계, 그리고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소수자들의 삶. 그걸 보고 공감이 되고 가슴이 아리고 눈물 흘렸다는 대중들의 공감력. 내가 정말 이상한 건가?
 
지난 일요일도 식당에서 아들의 음성발화(사실상 괴성이지만)에 쏟아지는 혐오의 시선으로 우리 가족은 수천발의 비수를 얻어맞고 왔다. 내 아들은 어떤 증명을 해야 하는 걸까.
 
살아가기 위해 증명을 해야 한단 사실. 정말 참혹스럽다. 이런 콘텐츠들이 무의식적으로 비장애-발달장애 가족들에게 심어주는 이미지화. 난 그게 참 두렵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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