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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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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배우 강수연, 이제 그만 일어나라

2022-05-06 14:54

조회수 : 6,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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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넘는 영화 담당 기자 생활 동안 기억 속에서 그와의 인연은 딱 두 번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두 번 모두가 술자리에서였다. 그리고 그를 만나기 전 지금은 현직에서 모두 퇴직한 선배 기자들에게서 전해 들은 얘기는 대동소이했지만 하나 같이 장군이란 단어 하나다. “예전 같으면 정말 크게 한 자리 해먹었을 그릇이다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그의 됨됨이를 전했다. ‘착하다’ ‘인성이 좋다등등의 고리타분한 그런 평가가 아니었다. ‘크다그리고 장군이란 단어는 생소한 단어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평가의 의견에서 나오는 흔한 단어는 아니었다.
 
배우 강수연. 사진=뉴시스
 
기억 속 첫 번째 만남
 
아마도 15년 전 이상이었다. 어떤 술자리였는지 사실 잘 기억은 안 난다. 당시 꽤 술자리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순간이었다. 그 분이 우연히 연락이 됐었던 것 같다. 그리고 술자리에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합석하게 되셨었다. 드문드문 거리는 기억이었지만 대략적인 과정은 그랬다.
 
그런데 한 가지 기억에 또렷한 것은 이 것이었다. 당시 그 자리에서 가장 막내는 나였단 점. 그리고 마지막에 이런저런 이유로 자리에 합석하게 된 분이 내게 술을 한 잔 권하면서 해주신 말씀이다.
 
우리가 가오가 없어요? 그쵸? 기자님…”
 
그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려 감정을 과장시키는 건 아니다. 당시 그는 내가 너무도 큰 거목이었고, 이유를 모르게 멋져 보였고 또 언젠가 함께 꼭 작업해 보고 싶은 너무 꿈 같은 이 업계 리더였다.
 
 
그리고 기억 속 두 번째 만남
 
이건 첫 번째보다는 분명 또렷하다. 2011 3월 개봉한 임권택 감독님의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개봉 이후 기자들과 함께 하게 된 술자리에서였다. 당시 임 감독님과 영화의 주요 스태프 및 배우들이 함께 했었다. 그리고 조금 늦게 그 분이 오셨다. 모두가 박수를 치며 그를 반겼다. 그는 그때도 그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어떤 자리에서든 톱스타였다. 그리고 각각의 테이블을 돌며 자신에겐 아버지나 다름 없는 임 감독님의 101번째 연출작에 대한 감사와 존경 그리고 언론의 관심을 부탁했다. 각각의 테이블을 돌며 술잔을 부딪치고 술을 권하며 그때마다 전한 그 유명한 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마십시다!”
 
배우 강수연이다. 1966년생 올해 56세다. 4세에 데뷔, 1980년대 대한민국을 상징하던 여배우였다. 지금의 한류는 사실 강수연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해외 영화제 수상 행렬이 국가적 위상을 드높이던 그 시절, 강수연은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린 배우였다. 그는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였다. 그에겐 배우란 표현이 더 민망했다. 그는 동료들, 선배들, 후배들이 꼽는 가장 온전한 배우였다.
 
2011년 개봉한 달빛 길어올리기이후 상업영화 활동은 전무했다. 하지만 최근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정이로 컴백을 알려왔었다. 그 이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서 영화제 전체의 버팀목이 됐었다. 물론 내부적 내홍을 겪은 바 있지만 가장 힘든 시절 영화제를 지킨 공은 분명 기억돼야 한다.
 
그리고 지금 강수연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5일 오후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뇌출혈 판정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의식은 없는 상태다. 수술 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영화 베테랑에 등장해 유명해진 그의 전매특허 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강수연의 호연지기. 어서 빨리 일어나길 바란다. 당신은 아직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할 일이 너무도 많은 대스타이자 대선배이고 그리고 배우.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그 침대가 아니다. 카메라 앞이다. 배우 강수연. 일어나라 제발.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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