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메신저 텔레그램방에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조주빈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법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함께 추가 기소된 공범들과 사건을 병합할지, 이들에게 국민 법 감정을 충족할만한 판단을 내릴지가 주된 관심사다.
지난 3월25일 오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종로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서울중앙지법 따르면 이 법원 형사30부(재판장 이현우)가 조주빈 사건을 배당받았다. 조주빈이 △아동·청소년법 위반(강간미수·유사성행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음행강요 등)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14개 혐의를 받은 만큼 성범죄 사건 전담 합의 재판부가 맡았다. 법원 관계자는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라 사건을 배당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미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공범들과 한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전망이다. 검찰은 특히, 조주빈을 재판에 넘기면서 추가기소한 공범 강모씨와 이모군과의 사건 병합을 신청할 계획이다. 강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협박 등)으로, 이군은 아·청법 위반으로 각각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와 형사22단독(부장 박현숙)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향후 각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사건의 병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소된 공범 한모씨와 천모씨는 추가기소는 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공범들을 포함해 5명을 모두 한 법정에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씨는 형사31부(재판장 조성필), 천씨는 형사30부가 심리를 맡고 있다. 검찰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어야 하겠지만 특히 천씨는 조주빈과 같은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사건 병합 가능성이 열려있다. 오는 16일 천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에서 언급될 수 있다.
법원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관심이 해당 사건에 쏠려있다. 앞서 n번방 '태평양' 이모군 사건의 재판장이었던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도 "재판부를 바꿔달라"는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스스로 재배당을 요청했다. 오 부장판사가 과거 고 구하라씨를 불법 촬영, 폭행·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최종범씨의 1심에서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법원에 부담이다. 살인과 뇌물, 성범죄, 횡령·배임 등 20개 중요 범죄에 대해서는 형량의 상한이나 하한이 제시돼 있어 판사들이 개별 범죄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형량을 부과할지 참고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양형기준이 없어 재판부 재량에 따라 선고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6월부터는 양형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법원의 기준이 국민의 기대에 부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워낙 공분을 사고 있는 사건이고 이들에 대한 엄벌이 촉구되고 있어 사건을 맡는 재판부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