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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사건 유탄...병영 내 휴대전화 허용 괜찮나?
조주빈 공범 군내 활동, 도박 등 범죄도구로도 이용
입력 : 2020-04-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텔레그램 등을 통해 성착취물을 제조·유통한 'n번방', '박사방' 사건으로 인해 군 장병들의 병영 내 스마트폰 사용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온라인 불법 도박, 범죄 청탁까지 군인들의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정책이 충분한 논의 없이 시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인 현역 군인 A씨가 군 복무 중에 사용한 스마트폰에 아동 성 착취물 등이 일부 저장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텔레그램에서 '이기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수백회에 걸쳐 박사방에서 만들어진 성 착취물을 유포하고 대화방을 홍보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 3월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병영 내 스마트폰을 통한 일탈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조국인 판사는 24년 동안 군부대 생활관 등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속해 수억원을 쓴 혐의(도박)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올해 1월에는 서울도봉경찰서에서 C씨가 강원도에 있는 한 육군 부대에서 복무하는 동안 휴대전화로 온라인 불법 도박을 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입건되기도 했다. 현직 부사관 D씨가 지난해 11월24일 텔레그램을 통해 공범에게 시켜 전 여자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광주 서구의 한 비닐하우스 꽃집에 불을 지른 사건도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 사건은 군 장병들의 휴대전화 사용 허용을 위한 시범운영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국방부는 2018년 4월부터 병사의 일과 후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안에 우리나라 전역에 있는 부대에서 전면 허용된다.
 
백승주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영내 불법 도박사이트 이용 현황'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내 불법 도박사이트 접근은 2015년 17건, 2016년 35건, 2017년 19건 정도였다. 휴대전화 허용을 시범 운영한 2018년 70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적발 건수는 132건에 달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도박 문제에 대해 상담을 신청한 군인 상담자도 2017년 48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 약 3배인 123명, 지난해 상반기에는 117명으로 증가했다.
 
군 법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군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함으로써 아무래도 음란영상이나 불법 도박 등이 유혹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스마트폰 공기계를 하나 더 마련해서 하나만 제출하고 나머지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병사들의 온라인 도박·음란 유해사이트 접속 등이 크게 늘어나고 심지어 범죄도구로 이용되고 있는데도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있어 더 문제다. 모든 병사들은 스마트폰에 '국방 모바일 보안'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지만 카메라 기능만 못 쓸 뿐 인터넷 접속이나 앱 다운로드는 자유롭다. 병사가 스마트폰으로 어떤 불법행위를 하는지 감시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텔레그램 '박사방' 등 사건으로 병영 내 스마트폰 허용이 후퇴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스마트폰을 통한 불법행위를 수시로 감시하고 보안 앱을 통해 불법 사이트 접속을 막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 나간다면 충분히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군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병사들이 군대 생활 중에 세상과 지속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주어 자살률이 상당히 줄어들고 오히려 군대 내 성추행 등의 범죄행위가 드러날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면서 "일부 부작용이 있긴 하겠지만 보완해나가면 순기능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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