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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개월 딸 방치 사망' 20대 아버지 징역 4년 확정
대법 "유기로 인한 사망 인정, 아동학대 범죄에 해당"
2020-09-22 12:00:00 2020-09-22 12: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생후 3개월 된 딸을 15시간 넘게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아버지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씨(29)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딸에게 분유를 먹인 후 엎드리게 해둔 채 혼자 두고 그 다음날 아침까지 2회에 걸쳐 외출했다가 귀가한 15시간 30분 동안 딸에게 분유를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딸의 상태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보면, 딸에 대한 부검결과 사인이 명확하지 않으나 엎드린 자세가 유지되면서 이부자리에 코와 입이 막혀 사망하는 비구폐색성 질식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발육상태는 스스로 목을 제대로 가누거나 몸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생후 약 3개월에 불과해 보호를 요하는 딸을 장시간 동안 아무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에 둠으로써 그 생명·신체에 위험을 가져오게 한 것으로 유기행위에 해당하고 유기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또한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면, 피고인의 유기행위가 아동학대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동학대범죄'에 포함됨을 전제로 한 원심 판단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딸과 함께 평소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 소주병, 담배꽁초가 방치된 상태로 청소를 하지 않아 악취가 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3세 된 아들을 키워온 A씨의 행위에 대해서도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호를 했다는 사정이나 아들이 피고인에게 애정을 표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친권자로서 피해자의 건강과 안전, 행복을 위해 필요한 책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직장을 다니는 아내 대신 집안일과 양육을 도맡았던 A씨는 2019년 4월18일 오후 6시쯤 외식하자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딸에게 분유를 먹여 엎드리게 해 재운 뒤 다음날 오전 9시30분까지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직접적 사인은 질식사였다. 
 
A씨는 외식 후 귀가해 잠을 잤으나 다음 날 아침 아내와 아침을 먹으러 나갈 때까지 딸의 상태를 전혀 살피지 않았다. 아내 역시 A씨만 집으러 들여보낸 뒤 자신은 지인들과 이동해 술을 마신 후 외박했다.
 
검찰 조사 결과 사망 당시 딸의 엉덩이는 장시간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발진으로 피부가 벗겨진 상태였다. 딸은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지내기도 했다. 
 
A씨 부부는 또 세살난 아들도 있었는데, 이웃들과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교사들 증언, 아동보호소, 수사기관의 사건현장 사진 증거에 따르면 A씨 가족이 사는 집은 담배꽁초와 소주병, 음식물 쓰레기 등이 넘쳐나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보다 못한 어린이집 교사들은 음식물 쓰레기가 묻어 곰팡이가 핀 옷을 입고 악취를 풍기는 채로 등원한 A씨 아들을 씻기고 어린이집에서 보유하고 있던 옷을 갈아입히기도 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5년을, 아내 B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 자녀들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했다. 다만, B씨는 항소심 과정 중 사망해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B씨 사망으로 혼자 자녀들을 양육하게 된 점 역시 A씨에 대한 감형사유가 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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