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산업은행 경영관리단 주도가 아닌 전문경영인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채권단 관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공기업화로 인한 보신주의가 생겨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어서다. 또 아시아나항공을 통매각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 여러 기업들이 과점주주가 되는 형식으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부실의 근본적 원인이 오너의 독점체제에 있었던 만큼 주주들이 서로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5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를 지켜야 한다"며 "첫째는 애초 경영에 실패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에게 철저한 책임을 묻는 것이고, 둘째는 전문경영인을 선임 후 지분매각 체제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의 원인이 코로나19에 있지만, 당초 경영부실로 부채비율을 키운 오너 일가에도 충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산은이 출자전환으로 대주주가 되면 박삼구 회장의 경영실패에 대해 따져야 한다"며 "구주 감자 등을 통해 경영진의 철저한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0년대 중반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실이 커졌고 계열사를 잇달아 매각해왔다. 올해 6월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291%이다.
박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에 전문경영인을 선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간 산은은 부실기업에 경영관리단을 파견해 경영을 지도해왔다. 박 교수는 "과거 사례로 봤을 때 산은의 관리단 파견은 좋은 결과가 없었다"며 "한국GM이나 일본항공(JAL)처럼 전문경영인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전문경영인에게 목표에 따른 성공보수도 줘야 한다"며 "꼭 내국인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객관적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외국인이면 더 좋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에 경영관리단을 파견했지만 대우조선의 경영부실을 막을 의지나 능력은 부족했다. 당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은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우조선 이사회에 참석했음에도 모든 안건에 찬성하는 등 무분별한 투자를 승인했고, 경영정상화 방안 시기에도 대우조선 임직원의 성과급 잔치를 묵인했다. 당시 대우조선에는 전문경영인이 선임됐지만 모두 정부 주도의 정치적인 선택이었다. 더구나 매각 유인책도 없어 매각속도는 지지부진했고 결국 '공기업화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과거 한보철강·기아자동차·대우조선 사례에서 봤듯이 기업은 정부 관리에 벗어나 신속하게 매각돼야 한다"며 "민영화 되지 않은 기업은 본질적인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훼손된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당초 한국의 항공산업이 국영화에서 민영화로, 독점체제에서 경쟁체제로 바뀐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을 위탁하는 기간은 무조건 짧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산은이 원칙으로 삼았던 '아시아나항공 통매각'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기업가치 제고에 이롭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는 대기업 한 곳에만 팔아야하는 것처럼 매각을 추진했지만 앞으로는 지분매각이 필요하다"며 "여러 대기업들이 과점주주로 들어와 서로 경영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금호아시나그룹은 재벌총수 경영의 잘못된 모습이 참 많았다"며 "주주의 지분이 적으면 합리적 무관심이 생기므로, 과점주주들이 의견을 모아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오너의 사익편취를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미(왼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동걸 한국산업은행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공개 회의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장관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후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