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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 사라지자…항공사들 "남는 비행기 어쩌나"
화물기로 개조하고 비행 체험 상품 출시
국적사 항공기 대수도 14대 줄어
2020-09-11 05:51:00 2020-09-11 05:51: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로 승객이 줄면서 항공사들이 남는 기재 활용 방안을 고심 중이다. 화물기 활용이나 이색 비행 체험 같은 각종 해결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진에어(272450)는 여객 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자 남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사용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보잉777-300ER 기종 2대를 최근 개조했으며 지난 8일 미국 콜럼버스 리켄베커 공항에 개조한 항공기를 처음으로 띄웠다. 이 기종의 화물 적재량은 원래 22톤이었는데 이번 개조로 약 10.8톤의 화물을 추가로 실을 수 있게 됐다.
 
진에어는 다음달 중순께 대형 항공기인 B777-200ER 1대를 화물기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개조 후에는 약 10톤을 더 실을 수 있어 모두 25톤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게 된다.
 
여객기는 하단 화물칸과 승객 좌석이 있는 여객칸으로 나뉘는데 평소에는 여객기 운항이 있을 때 화물칸의 일부를 활용해 화물을 수송한다. 하지만 여객 수요가 줄면서 여객기가 남아돌자 대형항공사(FSC)들은 여객칸은 비운 채 화물칸만 채워 운항했다. 이 가운데 화물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자 아예 여객기로 개조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여객기의 좌석을 떼고 화물기로 개조하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다만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기 위해선 좌석을 제거하고 기내 전기 배선도 정리해야 해 비용이 든다. 뿐만 아니라 바닥에는 화물을 고정할 수 있는 잠금 장치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여객기를 개조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줄어든 승객 수가 회복 기미가 없어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국적사들의 8월 여객 수는 299만4655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64.5% 줄었다. 성수기 국내 여행자가 늘어나며 그나마 선방한 수준으로 국제선 8월 성적만 보면 97.3% 급락했다.
 
이처럼 여행객이 줄자 이색 체험을 기획해 기재를 활용하는 항공사도 있다. 에어부산(298690)은 이날 도착지 없이 국내 상공을 비행하다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도착지 없는 비행'을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교 항공관광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학생들은 항공기를 운항하는 동안 승무원 직무를 체험할 수 있다. 에어부산은 일반인을 위한 관광 비행 상품도 곧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비행 체험 프로그램에 투입될 에어부산 항공기. 사진/에어부산
 
해외 항공사들의 경우 이런 비행 체험 프로그램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중화항공·에바항공·스타럭스 등 대만 주요 항공사들은 최근 대만 근교를 비행하는 상품을 출시했고 호주 콴타스항공도 착륙 없이 남극 상공을 비행하는 상품을 판매한 바 있다.
 
이처럼 항공사들이 남는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정은 나아지질 않으면서 항공기 대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띄우지 못하는 항공기가 많을수록 주기료(주차료)와 리스비, 정비비 등 각종 비용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국내 항공사들의 항공기 수는 전년보다 14대 줄었다. 계약 만료 등의 이유로 줄인 항공기 수는 19대인데 신규 도입은 5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항공기 신규 도입이 줄면서 항공기 제작사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미국 보잉의 올 2분기 인도 물량은 2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90대와 비교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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