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원전 담합은…대기업 연루 천억대 비리
전문가들 "원전 공기업 공직기강 확립" 지적
담합 일벌백계 등 처벌 수위 높여야 여론 비등
입력 : 2020-09-09 19:00:00 수정 : 2020-09-18 15:26:2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경기도가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비리는 효성그룹(현 효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연루된 1000억원대 입찰담합이다. 원전비리는 2013년 시험성적서 조작을 비롯해 2018년 변압기 입찰담합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원전업계에 대해선 공고한 납품 카르텔로 짬짜미가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철저한 수사와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9일 <뉴스토마토>가 복수의 검찰과 경기도, 업계 관계자를 취재한 바에 따르면 신한울원전 입찰담합은2011년 효성과 현대중공업이 경북 울진군 소재 신한울원전으로 초고압 차단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담합을 벌여 1000억원대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이 내용을 경기도에 공익제보한 전직 효성 직원은 당시 입찰담합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인물로, 한수원의 묵인 아래 현대중공업과 사전 모의를 해 납품원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짬짜미를 했다고 증언했다.
 
경기도가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비리는 2011년 효성그룹(현 효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연루된 입찰담합 의혹이다. 사진/뉴시스
 
 
특히 경기도가 이 제보의 신뢰성을 높게 판단한 건 공익제보자의 과거 이력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13년 부산광역시 기장군 고리원전 2호기의 비상전원 공급용 승압변압기 구매입찰 과정에서 효성과 LS산전이 입찰담합을 벌였다고 내부고발한 인물이다. 2018년 2월 이 사건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는 효성과 LS산전에 각각 2900만원, 1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효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효성과 임직원들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입찰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했으며 그해 7월 법원은 효성엔 7000만원, 임직원들에겐 300만~500만원의 벌금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선 2010~2016년 효성과 현대중공업, LS산전 등이 한수원에 변압기 등을 납품하면서 낙찰될 업체와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거나, 수의계약을 유도하려고 입찰을 고의로 유찰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해당 실무자끼리 담합을 모의한 문자도 검찰과 공정위에 증거로 제시됐다. 의혹이 제기됐을 때 업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으나, 당국의 조사를 통해 의혹들은 사실로 밝혀졌다.
 
2018년 2월 고리원전 2호기 입찰담합 사건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비리에 연루된 효성과 LS산전에 각각 2900만원, 1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효성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원전 비리에 대한 대책으로 한수원 등 전력공기업의 공직기강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납품업체가 담합을 벌여도 한수원 등이 철저히 감독한다면 비리가 근절됐으리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 원전에 납품하는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하는 사건이 터졌을 때 한수원이 자체 조사한 결과 2001년부터 당시까지 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이 수수한 금품액은 평균 1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익제보자 모임 관계자는 "한수원 퇴직자들의 관련 업체 재취업과 일감 몰아주기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퇴직 후 3년간 관련 업체 재취업 금지 등 개선안이 마련됐으나 굳어진 비리가 얼마나 사라졌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아울러 변압기·차단기시장처럼 일부 대기업이 독과점을 하고 있는 곳에 대해선 관계 당국의 제재를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물려도 담합으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담합이 사라질 동기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공정위가 고리원전 2호기에 납품담합을 벌인 효성과 LS산전에 부과한 과징금은 각각 2900만원, 1100만원에 불과했다. 두 회사가 담합으로 챙긴 것으로 알려진 100억원대의 이득에 비하면 턱없이 적어 논란이 일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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