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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는 신라젠 거래재개…특례상장 공모시장 투심 '빨간불'
10곳 중 4곳, 공모가 하회…성장 불확실성 큰 탓
신라젠 상장폐지 심의 속개…상폐 확정 결론안나
2020-08-06 19:30:00 2020-08-06 20:55:45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기술특례로 상장한 신라젠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 결정이 연기되면서 미래 성장 가능성을 앞세워 공모시장에 나선 특례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상장 이전 전·현직 임원의 배임혐의로 주식거래가 정지됨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진데다 공모가를 하회하는 특례상장사도 40%를 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는 신라젠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 이행 내역서 등을 바탕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한 결과 심의를 속개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상폐나 경영개선 기한 부여를 결정짓지 않고 주주총회 등 대상 기업의 상황을 살펴본 후 심의를 진행한다는 의미다. 다만 기심위 추가 심의가 언제 속개될지는 미지수다. 심의 속개 일정이 법이나 규정 등으로 정해지지 않은 까닭이다. 
 
표/뉴스토마토
거래정지도 상폐나 거래재개 최종 확정 전까지 유지된다. 
 
현재 신라젠은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가 드러나 지난 5월4일 장마감 이후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투자자들은 신라젠이 '기술특례'로 상장했다는 점에서 거래재개가 안될 경우 공모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술특례제도는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에 매출이나 순이익 등 상장 외형 요건을 면제 또는 완화해 주기 때문이다.
 
이노범 신라젠 비대위원장은 17만 소액주주를 대표해 "기술특례 대상 기업은 5년간 장기 영업손실 규정 적용이 면제된다"며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한국거래소의 기술특례제도와 그 제도로 상장한 기업을 신뢰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라젠은 2016년 상장했기 때문에 특례기간(5년) 동안 최소한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른 거래제한을 받을 것임을 전혀 알 수 없었다"면서 "거래소의 공적약속이 공염불이라고 느껴질 정도"라고 꼬집었다.
 
특례상장사들의 주가부진도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에서는 거래소 상장관리 규정을 완화하고 성장성특례, 사업모델기반 특례, 테슬라(이익미실현) 등 다양한 특례상장 요건을 도입해 시장 활성화를 유도해왔지만 현재 특례상장사 10곳 중 4곳이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 당시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가 첫 기술특례상장을 한 이후 현재까지 106개 상장사(스팩합병·관리종목 포함)가 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여기에는 공모가(4500원)대비 10배 상승한 의료기기 전문업체 멕아이씨에스(058110)나 코스닥 시총 8위에 오른 알테오젠(196170)(공모가 4만9000원) 등 성장세가 뚜렷한 상장사도 포함돼 있지만 전체의 41.5%인 44개 상장사는 공모 가격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공모가 3만원으로 상장한 유앤아이(056090)는 6일 기준 발행가 대비 83.4% 감소한 4985원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소프트웨어 기업인 링크제니시스(219420)(-77.3%)와 정밀기계 제조사인 에코마이스터(064510)(-68.4%), 콘텐츠IP 전문업체인 캐리소프트(317530)(-49.7%) 등의 주가도 공모가의 절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실적 대신 미래 성공 가능성과 기술력을 내세우며 투자자를 모았지만 벤처 성공신화를 이루기엔 아직 역부족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특례상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례처럼 산업 특성을 고려한 심사제도도 도입됐다”면서 “매출이나 이익 창출 가능성보다 기술의 독창성이나 성장성 등을 높게 평가하고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은 혁신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특례상장기업의 경우 일반 상장과 달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신라젠 사태와 같이 내·외부 악재로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도 특례상장에 대한 투자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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