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사모펀드 사태,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2020-07-30 06:00:00 2020-08-05 16:43:19
 
증권팀 백아란기자
'4분.' 심정지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Golden time)이다.
 
심장이 멎은 후 4분 내로 심폐소생술과 같은 응급처치가 이뤄지는지에 따라 생사가 갈리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의 중요성은 증권업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시기적절한 대응이 증권사의 존립을 좌우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 증권가를 뒤흔들고 있는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팝펀딩, 젠투, 디스커버리펀드까지 잇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바라보면 고객 신뢰 유지를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고객에게 투자를 권한 판매사들이 사기 정황과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 속에서도 '사실관계에 대한 추가확인'과 '심도 있는 법률 검토' 등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액 배상 판결이 나온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의 경우 지난 27일까지 분쟁조정안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모든 판매사들은 금융감독원에 수락 여부 결정 기한 연기를 요청했다. 전액배상이라는 선례를 남긴다는 부담과 배임우려로 결정을 미룬 것이다.
 
총 5000억원대 환매중단 가능성이 나오는 옵티머스펀드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달 초 한국투자증권이 70% 선지급안을 발표하긴 했지만,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옵티머스 사모펀드 가입고객에 대한 유동성 선지원 안건 결정을 보류했다.
 
현재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한다고 자금을 모은 후 이를 비상장 사모사채 등에 투자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NH투자증권은 전체 옵티머스펀드 설정액(5151억원) 가운데 약 84%에 해당하는 4327억원을 판매했다.
 
이와 관련해 사무금융노동조합 NH투자증권지부와 펀드투자 피해자들은 청와대와 농협중앙회,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연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운용사가 아닌 증권사 이름을 믿고 투자했다는 점에서 판매사가 '운용사에 속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장기적인 경영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역시 지난 27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리스크 관리체계에 부실이 있었다는 지적에 "옵티머스 펀드가 사기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방지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도의적 책임을 갖고 있다"면서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이슈로 판매사는 자산운용사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증권사, 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금융투자협회 또한 뒤늦게 자정결의를 하며 '사모펀드 사태에 송구하다'는 입장을 보일 뿐 자율규제 강화와 같은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골든타임은 심정지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시간이 아니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