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정부가 2023년부터 소액주주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증시 수급주체에도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과세 개편 방안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국 증시가 장기 투자처로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특히 당초 폐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증권거래세는 총 0.1%포인트 인하하면서 단기투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인하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확대 방안을 골자로 한 '금융투자 활성화 및 과세 합리화를 위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내놨다. 이를 통해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정상화를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기준 다가섰지만, 증권거래세는 0.1%포인트 인하 그쳐
전문가들은 손익통산과 이월공제를 반영하는 금융투자소득으로 과세 방안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다가섰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증권거래세는 0.1%포인트 인하에 그친 점이 아쉽다고 진단했다.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출처/기획재정부
또한 소액투자자에게도 양도세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시장 위축과 투자자 자금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거래세 인하에 따른 단기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장기투자자 우대 방안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세미나'를 열고 "정부의 과세체계 개편의 신호탄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기적 미봉적 법 개정이 아닌 장기적인 비전과 방향을 검토해 자본 흐름 개선을 위한 전반적이고 세분화된 과세개편 방안이 필요하다"며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인하에 대한 일정만 나온 점은 아쉽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양도차익 과세는 조세정의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 과정에서는 올바르고 수용 가능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면서 "조만간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한편 단계적이고 종합적인 방식의 세제 개편을 위해 정부와도 지속 소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팬데믹으로 시장이 불안정한 위기상황 속에서도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자본시장 투자 확대라는 긍정적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라며 "대주주 과세범위 확대에 대한 시장의 우려 해소와 자본시장으로 유입된 개인들의 투자자금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장기투자 세제혜택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들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도소득세가 소액주주와 대주주 구분 없이 전면 과세하는 방향으로 나온 만큼 조세저항에 대한 방안과 장기투자자를 위한 인센티브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증시, 개인투자자 자금 이탈 우려…장기투자자 위한 인센티브 필요
실제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증시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내 주식투자의 장점 가운데 하나인 양도세가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도입됨에 따라 해외 시장으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래세가 폐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도소득세는 확대됐다"며 "이번 방안으로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은 해외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개인거래 비중이 높았던 대만의 경우 과거 과세체제를 정비했다가 주식시장 부진을 겪기도 했다"면서 "한국 역시 대만의 사례를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건 세계적 흐름에 부합한다"며 "정부가 양도소득세 기본공제를 2000만원까지 확대한 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뜻으로 보이지만, 이번 대책으로 인해 해외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개인투자자들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연구위원은 "주식시장 거래량이 꾸준히 하향 추세를 이어온 점을 고려할 때 시장 유동성 개선 차원에서 현재 0.25%인 증권 거래세율을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단기 투자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시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투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거래세 인하로 단기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장기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송두한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장 역시 "우리나라는 단기성 투기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투자기간이 3개월 미만인 투자자에게는 세금을 부과하고 3개월 이상인 장기투자자에 대해서는 면세를 하는 방식의 역진세율 도입도 고민해볼만하다"고 제시했다.
한편 손익통산·이월공제 등 세제 개선에 대해선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거부감이 있겠으나 이번 대책을 악재로만 보지 않는다"면서 "양도소득과세의 경우 선진화된 법으로, 손실에는 과세하지 않고 이익에만 과세하면 기대수익의 변동성이 감소하기 때문에 학술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대책은 거래 환경에 대한 변화로 봐야 한다"라며 "양도소득 과세 대상이 소액주주까지 확대되면서 과세측면에서는 악재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기업 가치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전성준 기재부 사무관은 "이번에 발표한 정부안은 최종 확정이 아니다"면서 "내달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7월 말 세법 개정안에 해당 내용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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