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외국인, 한국주식 팔 때 셋 중 하나 '샀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락한 7주간 791종목은 순매수
'토탈리턴 ETF' 위주로 사들여…바이오·게임주 애정
2020-04-13 12:00:00 2020-04-13 12:29:2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로나19 쓰나미가 증시를 덮치며 외국인이 연일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던 와중에도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장종목이 전체 상장종목의 3분의 1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뉴스토마토>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증시가 본격적으로 하락에 접어든 시기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전체 상장종목의 3분에 1에 해당하는 791종목을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는 코로나19의 여파가 시간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한국 설명절과 중국 춘절 연휴가 끝난 후에도 코스피는 2000선을 웃돌았지만 2월 마지막주가 시작된 24일부터 분위기가 변했다. 그주 약세에 접어들어 2월말엔 2000선을 무너뜨렸다. 이후 다시 200선 중반을 회복하며 잠깐 반등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3월9일 코스피가 –4.19% 낙폭을 기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 하락장에 접어들었다. 
 
코스피 및 외국인 매매 현황. 출처/미래에셋대우 HTS 화면캡쳐
 
외국인도 연초부터 사다팔다를 반복하다가 2월24일부터 순매도로 방향을 잡았다. 그날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한 날은 3월4일 1534억원 순매수 단 하루밖에 없었다. 이를 참고해 2월24일부터 지난 4월10일까지 7주간의 외국인 매매동향을 집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순매수한 코스피 종목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과 우선주를 포함해 302종목에 달했다. 3월말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종목 수가 915종목이므로 전체의 3분의 1은 매수했다는 의미다. 코스닥에서도 전체 1416종목 중 489종목 순매수를 기록했다. 종목 숫자로는 34.5% 비중으로 역시 3분의 1 수준이다.  
 
삼성전자 순매도가 워낙 절대적인 규모여서 금액 기준으론 ‘탈출’로 보이지만 순매수한 종목도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의 경우 적은 금액 유입에도 주가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2월24일~4월10일 7주간 집계
 
순매매 내역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ETF가 대거 올랐다는 점이다. 순매수 1위를 차지한 종목은 KODEX Top5Plus TR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편입비중이 높은 ETF 상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팔면서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종목 편입비중이 55%를 초과하는 ETF를 매수한 점은 특이할 만한 부분이다.
 
또한 순매수 상위에 포함된 ETF 대부분이 ‘TR’이 붙은 ‘토탈리턴(Total Return)’ ETF인 점도 눈에 띈다. 토탈리턴이란 ETF가 편입한 종목에서 발생하는 배당금 등을 ETF 투자자에게 분배금으로 나눠주지 않고 전액 재투자하도록 돼 있는 상품이란 뜻이다. 같은 기간 국내 대표 ETF 상품인 KODEX200과 TIGER200을 순매도한 것과 비교된다. 
 
ETF를 제외하고 개별종목 중에서는 한진칼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조원태-조현아 남매를 앞세운 세력 간 경영권 다툼으로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진 결과다. 한진칼을 순매수한 외국인 중에는 조원태 회장을 지원하는 델타항공 매수 비중이 컸다. 7주의 조사기간 중 델타항공은  한진칼 주식 약 230만주를 매수했다. 주가가 5만원대에서 8만원대까지 상승하는 기간이었던 터라 매수 금액 규모는 1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은 600억원 미만이 된다. 
 
따라서 실질적인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셀트리온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바이오 종목들이 위기 국면에서 강세를 나타난 결과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촉발된 위기였기에 치료제 개발을 이슈로 온갖 바이오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2월24일~4월10일 7주간 집계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진단키트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씨젠은 외국인 순매도 2위에 올랐다. 실질적인 수혜 규모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셀트리온을 순매수하면서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순매도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셀트리온의 매출이 유통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부담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게임업체 넷마블이 그 다음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다. 코스닥 순매수 1위도 펄어비스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게임주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게임 사용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펄어비스는 3월에 한번, 4월에도 하루만 순매도를 기록했을 뿐 외국인들은 연일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글로벌 출시로 IP 확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렇게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종목들의 숫자는 많았지만 아무래도 매매 규모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순매도 1위 삼성전자는 65조원 이상을 팔았다. 순매수 1위의 11배 규모다. 코스닥 순매수-순매도 1위 금액도 2.6배 차이가 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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