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DLF·라임' 사태…금융당국 책임 없나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닮은꼴…단 은행·운용사 책임소재 불명확
2020-01-07 17:45:25 2020-01-07 17:45:25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에 이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금융 ·지본시장 전반에 퍼진 도덕적해이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사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감독당국의 책임론도 일고 있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원금손실가능성을 은행으로부터 제대로 설명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미 DLF사태로 은행 신뢰가 저하된 상태에서 라임 사태에서마저 불완전판매 혐의가 입증된다면 은행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DLF사태와 차이점은 있다. 우선 은행의 책임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은행들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운용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상태다. 오히려 라임자산운용이 부실자산에 투자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사를 검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35%는 은행에서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말 펀드 판매사들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잔액 5조7000억원 중 34.5%(약 2조원)를 차지했다. 우리은행이 1조64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4214억원 △KEB하나은행 1938억원 △부산은행 955억원 △KB국민은행 746억원 △NH농협은행 597억원 △경남은행 535억원 △기업은행 72억원 △산업은행 61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외에 대신증권 1조1760억원, 신한금융투자 4437억원 등 증권사가 판매했다.
 
지난해 10월 불거진 라임 사태는 지난해 8월  DLF 사태에 이어 곧바로 터졌다. 당시 라임자산운용의 사모채권, 메자닌채권, 무역금융에 투자한 개방형펀드 환매 요구가 발생했지만, 상품이 현금화가 어려운 자산으로 구성되고 6개월 만기의 짧은 개방형펀드로 설정되면서 환매중단 사태가 일어났다.
 
현재 환매가 연기된 라임운용의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무역금융 등 3개 모펀드 투자자들은 은행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다. 투자자들은 법무법인 광화와 한누리에 불완전판매 피해 내용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약 900여명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를 지속 제기하고 있다. 한 가입자는 "은행 직원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채권이라 안전하고 적금보다 낫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입자는 "작성한 적도 없는 서류가 있었다"며 "PB가 마음대로 쓴 거짓"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투자 성향을 적극투자형으로 작성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DLF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에도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입증된다면 은행이 받을 충격은 작지 않지만, 아직까진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투자자들이 라임 사모펀드 사태를 은행의 불완전판매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라임 사모펀드가 당초 불법적이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대리 판매만 했다고 반박에 나섰다. 은행들은 오히려 운용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상태다. 부실자산에 투자하고, 돌려막기,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등 라임자산운용사가 불법적으로 자산을 운용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현재 은행은 판매사 공동대응단을 구성해 펀드 실사를 진행하고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도 라임자산운용사를 폰지사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사기혐의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 이종필 부사장의 도주로 조사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불완전판매 혐의를 벗더라도 문제가 된 펀드를 수조원이나 팔아치웠다는 점에서 도의적 책임은 벗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향후 투자자들은 DLF 사태처럼 금감원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신청을 준비할 전망이다. 분조위 신청은 라임 사모펀드에 대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온 뒤, 손실금액이 최종적으로 정해져야 진행이 가능하다.
 
잇단 사태에 금융당국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금융감독원의 검사방식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부서간 칸막이 탓에 은행·자본시장 부서의 정보가 제대로 교류되지 않아 사모펀드 사태에 적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DLF는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DLS)이 은행에서 펀드 형식으로 판매됐기 때문에, 은행-자본시장 부서의 협업 감독이 관건이다. 금감원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업권별 감독체계에서 기능별 감독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지만, 대형사고가 터지고나서야 조직을 개편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외경제가 불확실해지고 금융사고도 복잡하게 나타나는 만큼 감독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권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최근 DLF사태, 라임자산운용 대규모 환매중단, 해외부동산 투자 등 사모펀드 관련 여러 이슈로 인해 사모펀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작년 한 해 우리 자본시장이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사건들을 반면교사 삼아,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빈틈없는 내부통제체계를 갖춰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원승연 금감원부원장이 지난해 10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원금손실 논란이 일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관련 중간 검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